김형석 칼럼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대통령은 누구인가[김형석 칼럼]

bindol 2022. 11. 13. 08:45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대통령은 누구인가[김형석 칼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입력 2022-02-11 03:00업데이트 2022-02-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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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민 간 신뢰 끊어진 지난 5년
법치국가 기반인 정의관·질서도 무너져
정직·정의로운 지도자가 국민과 함께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최근까지 우리는 MB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거론했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부각되면서 사면이 단행됐다. 청와대는 아직 국민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견해였으나 만일의 경우를 예상해 결정을 내렸다. 여당 안에서도 완전한 합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의 법적 제재보다는 더 중대한 문재인 정권의 사회 및 정치적 질서파괴의 책임은 어떻게 하는가, 라고 묻는다. 문 정권 5년 동안 청와대와 국민들 간의 신뢰의 연결은 끊어져 버렸다. 취임사의 선언과 오늘의 결과는 판이해졌고, 약속이 지켜진 것은 무엇인가를 의심한다. 지도자의 정직성 상실은 사회의 진실성 붕괴로 이어진다. 지금은 정당에 관여하지 않는 국민들도 대통령의 지시와 요청에 신뢰를 갖지 않는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적폐청산을 앞세워 국민을 완전히 두 편으로 나누어 놓았다. 우리 편이 아닌 국민은 저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국민에게는 저편이 없다. 정부를 믿고 따르기를 원한다. 심지어 정부의 공직자들도 편 가르기를 강요당한 실정이다. 그 판단은 청와대가 담당해 왔다. 언론과 국민들은 법을 지키려는 공직자와 권력에 편승하는 공무원들을 구별해야 할 정도가 됐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목으로 긴 세월을 낭비했다. 공수처가 신설됐고 심지어는 언론통제까지 감행하려고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언론통제법은 저지되고, 공수처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치제도 개혁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하기보다 정권 유지와 정치이념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그러는 동안에 법치국가의 기반인 정의관과 질서가 무너졌다. ‘내로남불’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개념이 사회적 보편성을 차지하게 됐다. 정권에서 버림받은 공직자들이 야권 대선 후보로 추대 받는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여당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가 직접 몇 차례나 사죄했고 자신과 대통령은 다르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문 정권과 함께 성장해 온 민노총이 권력을 정치적 배경으로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계속 투쟁한다면 한국 경제의 장래와 희망은 어떻게 되는가를 걱정한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국민의 정신적 기반이 되는 인간교육을 시대정신에 치우친 정치이념 교육으로 희석시키려는 일부 전교조의 교육관이다. 인간과 인성교육은 인류가 지향하는 교육이념이며 인도주의의 핵심이다.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역사관까지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할 때는 세계시민으로 자라야 할 청소년들의 장래가 암담해진다. 정치와 사상적 집단이기주의는 용납할 수 없는 사회악이다.

이런 절박한 문제를 안고 우리는 대선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한민국 초창기만도 못한 정치계의 후진성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식도 없고 목적도 모르는 정치싸움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은 실망하지 않는다. 지난 70년의 역사가 대한민국의 장래를 희망으로 이끌어 줄 저력이라고 믿는다. 책임과 의무를 감당할 주인공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가지 생각을 차기 대통령에게 진언하고 싶다.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은 그릇이 크고 사심이 없어야 한다. 진실의 가치가 모든 사회문제 해결의 출발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고 그 진실에 입각해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 정직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은, 진실에서 객관적 가치를 찾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허위로 끝나기 때문이다.

편 가르기는 사회분열과 패망으로 이어지는 죄악이다. 흑백논리의 폐습 위에 권력이나 이권까지 가담하는 분열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고정관념이나 주어진 정치이념의 추종자는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다. 대화와 협력을 거부하고 투쟁해서 이기면 정의라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정의는 인간애를 위한 방편일 때 평등의 열매를 동반한다. 권력이 주도하는 평등은 자유까지 희생시킨다. 자유는 선의의 경쟁에서 창조의 원동력이 되며 국가의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20세기 이후의 세계사는 대립에서 공존, 공존에서 열린사회를 지향한다. 폐쇄사회로 가던 소련이 붕괴되고 중공과 북한의 현실이 그 실상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상식을 어긋내는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좀 더 많은 국민이 행복하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책임을 국민과 함께해 주기 바란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