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주식과 현금

bindol 2022. 11. 16. 16:12
Opinion :분수대

주식과 현금

중앙일보

입력 2022.11.16 00:08

장원석 기자중앙일보 기자 구독
 

장원석 S팀 기자

남의 나라 물가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 적이 또 있었을까.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7% 상승했다. 6월(9.1%) 이후 4개월 연속 상승 폭이 축소돼 1월(7.5%)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물가가 잡힐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긴 셈이다.

주식시장에선 낙관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뉴욕 증시는 급발진했다. 나스닥은 10일 하루에만 7.35% 뛰었다. 다음날 국내 증시 역시 폭등했다. 가깝게는 코스피 2500선 탈환, 길게는 연말까지의 랠리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러 증권사가 연말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근거는 있다. 폭등한 물가가 급격한 금리 인상을 불러왔으니,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신호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도 한풀 꺾였다. 역시 증시 상승세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요인이다.

정말 ‘꽃길’이 열릴까. 긍정적인 CPI 신호에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한 미국이 일단 12월엔 0.5%포인트만 인상할 전망이다. 감속도 물론 반가운 일이나, 멈추는 건 아니다. 물가상승률이 8%대를 유지하니까 7%대만 돼도 괜찮은 것 같지만, 목표(2%)까진 한참 멀었다. ‘인상 중단’이나 ‘금리 인하’ 같은 시나리오를 떠올릴 시점은 아니란 얘기다.

지난해까지 10년간 성장주 중심인 나스닥은 7배가량 상승했다. 유례없는 초저금리의 작품이다. 올해는 정확히 반대다. 글로벌 증시 조정은 시작도, 끝도 금리 인상이었다. 미국 기준금리는 이미 4%에 도달했고, 당분간 더 오를 게 확실하다. 추세적 반등을 논하려면 인상 종료 시점뿐만 아니라 금리가 얼마나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경기라도 좋으면 모를까 침체의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 많은 전문가가 낙관론보다 신중론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시중은행에 예금만 해도 5%의 이자를 주는 시대가 다시 왔다. 이보다 많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한 돈은 딴 곳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치솟는 금리 앞에선 무력하다. 주식시장이 뜨거울 때야 머뭇거리면 안 되지만, 조정 땐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 아직은 현금을 귀하게 여길 때다.

장원석 S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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