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독버섯 주의보
유월 유두날 계모임의 부녀자들이 진주 단속사(斷俗寺) 인근으로 물
맞으러 갔다가 먹음직한 버섯을 따다 국으로 끓여 맛있게들 먹었다.
먹고서 누군가가 실룩실룩 웃기 시작하더니 마치 전염병처럼 웃음이 번져
모두가 게걸게걸 웃어대는데 서로 붙들기도 하고 나뒹굴며 숨이 넘어가도
웃기를 멎지 못했다. 단속사 노스님이 와서 보더니 단풍나무 썩은 데서
돋아난 소심(笑 )을 먹은 것이 분명하다면서 그 인근의 흙탕물을 끓여
먹이라고 시켜 웃음을 멎게 했다는 기록이 「대동야승」에 나온다.
남미 아즈테카의 버섯의 버섯을 먹으면 스스로가 죽어가고 있는 환각을,
맹수에 쫓기는 환각을, 미남이 되어 마음먹은 여인과 사랑하는 환각에
빠져 울고 웃기도 한다는 것이다. 루이 13세는 특정 버섯을 침실에
걸어두고 그 냄새에 마취되어야 잠이 들었다 했으니 수면 버섯도 있었고
종교의식에서 단체 환각제와 집단 최음제(催淫 )로 버섯이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로마 황비(皇妃) 아크리피나가 거추장스런 남편 클로디우스
황제를 독살한 것도 바로 그 때문에 얻은 이름인 황제버섯의 독이었다.
세상에는 12만종의 버섯이 있는데 먹을 수 있는 것은 1841종에 불과하다.
그만큼 흔한 독버섯을 식별하는 방법도 문화권에 따라 다양하다.
독버섯을 태우면 그 연기에 은화나 은스푼이 그을린다기도 하고 마늘이나
양파에 닿으면 검어진다고도 했다. 버섯 좋아한다는 개미가 먹으러 들지
않으면 독버섯이라는 속전도 있다. 또 버섯의 갓 안쪽에 주름살이
잡혀있거나 둥근 테가 둘러있거나 갓을 받치고 있는 줄기의 아래쪽이
말라 있으면 독버섯이라기도 했다.
옛 산골의 어머니들 독버섯 가리는 지혜로 너무 빛깔이 곱거나 연하거나
버섯살이 세로가 아닌 가로로 잘라지면 독버섯으로 알았다. 너무
예쁘거나 치장을 요란스럽게 하거나 몸이 유연하고 야들야들하여 눈을
끌고 마음씨가 세로로 곧지 않고 가로로 게걸음치는 자에게 빠지면
망신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독버섯 가리는 데 투영시켰던 조상들이었다.
지루한 게릴라 장마 끝에 이전에 없던 버섯이 많이 돋아나고 있으며 이에
당국에서는 함부로 따먹지 말라는 주의보를 내렸다 하여 내력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