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주장 모두 이해할 만한데
돌이킬 수 없게 벼랑 끝 몰아가
청와대 해명 들으면 있을 수 있고
정상 절차 고발하는 것도 지나쳐
정치력 회복해 협치하지 못하면
국회는 역할 잃고, 통합도 사라져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회가 꽉 막혔다. 정기국회지만 아무 일도 못 할 지경으로 대치하고 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을 폭로한 일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심 의원이 기밀 자료를 무단 열람하고, 불법 유출했다며 고발했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도 고소하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기밀 탈취사건’이라며 윤리위에 제소했다. 따지고 보면 별일도 아닌 것에 서로 벼랑 끝으로 몰며 목숨을 걸고 있다. 정치의 실종을 새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1979년 10월 4일 국회가 야당 총재를 쫓아냈다. 김영삼(YS) 신민당 총재가 9월 16일 자 뉴욕타임스 회견에서 미국에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다. 공화당과 유정회는 “헌정을 부정하고, 사대주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자 무술경관까지 동원했다. YS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영원히 살기 위해 일순간 죽는 길을 택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곧바로 부·마 항쟁이 일어나고, 10·26사태로 이어졌다.
법에 예외는 없다. 그러나 그 법을 만드는 것은 국회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다. 또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것이 국회다. 권력자와의 긴장,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을 잘 조정하는 것이 정치력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사법조직을 앞세워 균형을 깨는 순간 1인 권력의 독주가 시작된다. 제도를 무시하는 권력자일수록 도덕의 가면을 쓴다.

김진국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