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선비가 잊지 못하는 여인 (士不忘女) . 옛날에 어느 이름난 선비가 남부 지방을 여행하고 상경하다가, 마침 길가에서 사당패를 만나 가사(歌詞)를 노래하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다.
비록 고운 옷을 입었거나 화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청순한 웃음과 아름다운 눈매에 구름 같은 머리를 하고 있어, 언뜻 보기에 사랑스러워 정을 주고 싶었다. . 그리하여 선비는 자신을 수행하는 종자들에게, "너희들은 저 여인의 노래를 한 번 더 들어보고 싶지 않으냐?" 하고 묻자 모두들 이렇게 대답했다.
"감히 청할 수는 없사오나 진실로 들어보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좋다. 가야 할 길도 얼마 남지 않았고 봄날의 해도 기니, . 여관에 들어가 잠시 쉬도록 하자구나." 선비는 이렇게 말하고, 그 사당패도 함께 여관으로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 그러자 여인이 당 아래에 와서 절을 하기에 노래를 시키니, 그 태도가 요염하고 노래의 절주와 음률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었다.
곧 선비는 그 여인을 당 위로 올라오라고 하여 앉히고 한문을 아느냐고 묻자, 여인이 대답했다. "글을 조금 배웠습니다만, 조잡하여 감히 안다고는 못 하옵니다." . 이에 선비가 시험삼아 운자(韻字)를 부르며 시를 지어 보라고 하니, 여인은 이렇게 읊었다.
三月離家九月歸 삼월에 집을 떠나 구월에 돌아가니 (삼월이가구월귀) . 楚山吳水夢依依 초나라의 산과 오나라의 물이 꿈속에 아련하네. (초산오수몽의의) . 此身恰似隨陽鳥 이 몸 떠돌아서 철새와 흡사하니 (차신흡사수양조) 飛盡南天又北飛 남녘 하늘 다 날고 또 북녘으로 날아가네. (비진남천우북비) . 이에 감탄한 선비는 그 여인의 손을 잡고, "네가 지은 시를 보니, 보통 천한 신분의 여인이 아닌 것 같구나. . 너의 내력을 한번 말해 줄 수 있겠느냐?" 하고 넌지시 묻자 여인이 대답했다. "비록 사족(士族) 집안의 출신이오나 지금은 사당(舍堂)의 행차를 따라다니니, 그저 사당으로만 이해하시면 되옵니다. 구태여 그 내력은 알아 무엇 하시렵니까?" . 선비는 필시 이 여인의 집안이 누구한테 죄를 지어 떠돌게 된 것이라 생각하면서 후하게 돈을 주고 그 곳을 떠나왔다. . 이후로 선비는 사람들을 만나면, 늘 이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잊지 못해 했다 한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15071? category=65135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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