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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 선비가 잊지 못하는 여인

bindol 2018. 4. 23. 08:54



고금소총

 

선비가 잊지 못하는

여인 (士不忘女)

옛날에 어느 이름난 선비가

남부 지방을 여행하고

상경하다가,

마침 길가에서 사당패를

 만나 가사(歌詞)를 노래하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다.


 

비록 고운 옷을 입었거나

화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청순한 웃음과 아름다운

눈매에 구름 같은

머리를 하고 있어,

언뜻 보기에 사랑스러워

 정을 주고 싶었다.

 .

그리하여 선비는

자신을 수행하는 종자들에게,

"너희들은 저 여인의 노래를

한 번 더 들어보고

싶지 않으냐?"

하고 묻자 모두들 이렇게

대답했다.

 


"감히 청할 수는 없사오나

진실로 들어보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좋다.

가야 할 길도 얼마 남지 않았고

봄날의 해도 기니,

여관에 들어가 잠시 쉬도록

하자구나."

선비는 이렇게 말하고,

그 사당패도 함께 여관으로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

그러자 여인이 당 아래에 와서

절을 하기에 노래를 시키니,

그 태도가 요염하고

노래의 절주와 음률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었다.


 

곧 선비는 그 여인을 당 위로

올라오라고 하여 앉히고

한문을 아느냐고 묻자,

여인이 대답했다.

"글을 조금 배웠습니다만,

조잡하여 감히 안다고는

못 하옵니다."

이에 선비가 시험삼아

운자(韻字)를 부르며

시를 지어 보라고 하니,

여인은 이렇게 읊었다.

 


三月離家九月歸

삼월에 집을 떠나 구월에

돌아가니

(삼월이가구월귀)

 .

楚山吳水夢依依

초나라의 산과 오나라의

물이 꿈속에 아련하네.

(초산오수몽의의)

 .

此身恰似隨陽鳥

이 몸 떠돌아서

철새와 흡사하니

(차신흡사수양조)



飛盡南天又北飛

남녘 하늘 다 날고

또 북녘으로 날아가네.

(비진남천우북비)

이에 감탄한 선비는

그 여인의 손을 잡고,

"네가 지은 시를 보니,

보통 천한 신분의 여인이

아닌 것 같구나.

너의 내력을 한번

말해 줄 수 있겠느냐?"

하고 넌지시 묻자

여인이 대답했다.

"비록 사족(士族) 집안의

출신이오나 지금은

사당(舍堂)의 행차를

 따라다니니,



그저 사당으로만

이해하시면 되옵니다.

구태여 그 내력은 알아

무엇 하시렵니까?"

.

선비는 필시 이 여인의 집안이

누구한테 죄를 지어

떠돌게 된 것이라 생각하면서

후하게 돈을 주고

그 곳을 떠나왔다.

 .

이후로 선비는

사람들을 만나면,

늘 이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잊지 못해 했다 한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15071?

category=65135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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