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조용헌 살롱] [1141] 魚變成龍의 운세

bindol 2018. 4. 30. 05:12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인간사에서는 약방의 감초처럼 예언이 빠질 수 없다. 일제강점기라고 하는 암울한 시기에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1891~1943)은 "조선에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운세가 오고 있다"라는 예언을 하였다.

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되어간다는 뜻이다. 당시에 먹물이 많이 들어갔던 식자층들은 일제의 지배가 최소한 100년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희망이 없다고 보았고 모두가 낙담했던 시대였다. 그러던 시기에 어떻게 이처럼 미래를 낙관할 수 있었을까?

미래 예측에 있어서 '먹물'과 '영발'의 노선이 분명하게 갈리는 시점이 일제강점기였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해방이 끝내는 왔고, 6·25라는 비극적 전쟁을 겪기는 하였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한국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왔다.

소태산 말대로 성룡(成龍)이 되어 온 것 아닌가. 공부를 좁게 하면 한국의 역사와 미래에 대하여 자학사관(自虐史觀)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고, 툭 터진 공부를 하면 성룡사관(成龍史觀)을 품게 되는 게 아닐까.

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의 사고방식은 그 뿌리를 파고 들어가 보니까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선 고대국가 가야(伽耶)의 상징이 쌍어문(雙魚紋)이다. 물고기 2마리가 양쪽에 서 있는 문양 말이다. 이때의 물고기 2마리는 수호신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고고학자 김병모 선생이 수십 년 동안 이 쌍어문의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를 해서 쓴 책이 '허황옥 루트, 인도에서 가야까지'이다. 여기서 보니까 쌍어문의 시작은 기원전 10세기 이전의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이 귀한 사막지대에서는 물이 곧 생명이고 수호신이다. 물고기가 물을 상징한다.

필자가 짐작하건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양대 젖줄인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라는 2개의 강물을 상징하는 문양이 쌍어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자 문화권에 와서는 용(龍)이 물고기를 대체하였다. '어변성룡'을 생각해 보게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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