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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불혹의 유혹

bindol 2018. 10. 27. 05:16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의 속살은 후퉁(胡同)에 살아 있다. 몽골어 우물에서 유래했다는 좁은 골목에 숨어 있다. 옛 국립대학이던 국자감 건너엔 시러우(戱樓·희루) 후퉁이 있다. 설마다 경극 무대가 세워져 붙은 이름이다. 국자감은 공자(孔子)의 사당이다. 공자는 “마흔 살에 유혹에서 벗어났다(四十而不惑)”던 만세사표(萬世師表·영원한 스승)다. 시러우 후퉁은 문화대혁명 시절 새빨갛다는 취안훙(全紅·전홍)으로 이름을 바꿨다.
 
며칠 전 시러우 후퉁의 전통가옥 사합원에 숨은 허름한 식당을 찾았다. 이름도 예닐곱 번 뒤져야 찾는다는 ‘치쉰바자오(七尋八找·칠심팔조)’다. 베이징 옛 골목의 추억과 맛을 요리한다.
 
식당은 마오쩌둥(毛澤東)으로 가득했다. 벽에는 “무산계급 문화대혁명의 전면 승리 만세”란 걸개그림이, 식탁에는 붉은 표지의 마오쩌둥 선집이 손님을 맞았다. 개혁개방 40년을 맞는 베이징의 속내가 연상됐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어제까지 개혁개방 1번지 광둥(廣東)성을 시찰했다. 중국 현대화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의 1992년 남순강화를 본뜬 행보다. 하지만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흔적 찾기가 도드라졌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1978년 12월 18일 소집된 중국 공산당 제11기 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를 기점으로 삼는다. 그해 12월 22일 통과된 회의 코뮤니케가 역사의 바퀴를 틀었다고 여겨서다.
 


문건은 지금 봐도 신선하다. 통념을 부수라는 ‘사상해방’의 경전답다. 우선 사유제 철폐의 산물 인민공사를 부정했다. “노동의 질과 양에 따라 대가를 계산하며 평균주의를 극복한다”고 명시했다. 개인숭배도 막았다. “중앙 지도자 동지를 포함해 누구의 개인 의견도 ‘지시’라고 부르지 말라”며 “중앙 상무위원에 이르는 상급 지도자를 비판할 당원의 권리를 반드시 보장하라”고 못 박았다.
 
경직된 교조주의도 반대했다. “하나의 당,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이 만일 모든 것을 교조주의에 따른다면 사상이 경직돼 전진할 수 없으며, 활력은 사라져 결국 당도 나라도 망한다”고 경고했다.
 
죽(竹)의 장막을 열어젖힌 외교도 평가했다. 40년이 흘렀다. 중국은 일본과 다시 손잡았다. 미국과는 루비콘 강을 건너는 중이다.
 
불혹을 맞은 개혁개방이 마오 시절 평균주의와 철권통치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4일 허드슨연구소 강연에서 “베이징은 여전히 ‘개혁개방’이란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 덩샤오핑의 유명한 정책은 이제 공허해졌다”고 비판했다. 베이징 후퉁에는 덩샤오핑 아닌 마오쩌둥과 시진핑 어록만 살아 있다. 불혹의 유혹이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출처: 중앙일보] [글로벌 아이] 불혹의 유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