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맑은 날에는 점 하나만 찍어도 알 수 있는
당신의 웃음을 읽고
저녁 창가에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로 빗방울 흔들리는
밤에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담긴 기다림 읽어내는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바람 지나면 당신의 한숨으로 듣고 노을 앞에서면
당신이 앓는 외로움 저리도 붉게 타는 구나
콧날 아리는 사연으로 다가오는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편지 책상 모서리에 쌓아두고
그립다.. 쓰지 않아도 그립고
보고 싶다.. 적지 않아도 우울한
내 생애 가장 그리운 편지는
당신이었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당신..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신이 괜찮은 척 하는 만큼
나도 괜찮은 것이라고
당신이 참아내는 세월만큼
나도 견디는 척 하는 것이라고
편지 첫머리마다 쓰고 또 쓰고 싶었던 편지도
당신이라는 사랑이었습니다.
내 생애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편지였듯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답장도
삼 백 예순 다섯 통의 당신이었습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봉숭아 - 정태춘, 박은옥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터인데
손가락 마다 무영실 매어주던
곱디 고운 내님은 어딜갔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