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 오일'을 창업한 존 록펠러(John D. Rockefeller)는 1937년 당시 미국 GDP의 1.54%에 해당하는 14억달러를 보유해 미국 역사를 통틀어 최고 갑부로 꼽힌다. 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링컨센터, 유엔본부 설립에 큰돈을 기부했고 8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시카고대학과 나중에 의학·생명과학 전문 대학으로 발전한 '록펠러 의학연구소'를 세웠다. 그가 생전에 기부한 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280억달러(약 144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의 자선(慈善) 정신은 동양의 '혜이불비(惠而不費)'와 맥이 닿는다. '논어(論語)' 요왈(堯曰)편에 나오는 말로 '널리 은혜를 베풀되 낭비할 정도로 마구 베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도움을 주되 어떤 기준이나 근거 없이 마구 베푸는 것은 도움을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록펠러는 실제로 돈을 무작정 기부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사회복지사업을 이루기 위해 '적합한 기관'에 '명확한 목적'을 부여하며 기부하는 '미국식 기부'의 전범을 만들었다. 예컨대 록펠러재단에는 '지식의 습득과 공유, 고통의 제거와 예방, 인류 진보와 관련해 미국인을 포함한 전 인류의 문명을 향상하고 인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라는 목적을 분명하게 못 박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당시 심각한 문제였던 황열병에 대처하는 연구에 거금을 쾌척했다. 더 주목되는 것은 록펠러의 자선 정신이 후대로 계승됐다는 점이다. 194 0년에 록펠러 2세의 아들딸들이 모여 '록펠러 브러더스 펀드'라는 자선재단을 세웠고, 1967년에는 록펠러가의 3대, 4대, 5대 가족이 '록펠러 패밀리 펀드'를 설립해 세계 평화와 환경 보호,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 공공정책 문제에 기금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경제가 움츠러드는 시점에 우리도 혜이불비의 지혜를 갖춘 목적 있는 기부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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