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가게 물건 쌓인 황학동 중고 주방기구 거리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 주방기구 거리의 28일 오후. 물건이 쌓여 있지만 손님 발길은 끊겨 썰렁한 분위기다. 폐업 점포 주방기구 사서 되파는 지난여름 신문과 방송은 이곳으로 문 닫은 가게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망한 식당에서 나온, 멀쩡해 보이는 주방기구들이 트럭에 실려 헐값에 중고상에게 넘어가는 현장을 전했다. 중고품 거래업이 ‘미안한 호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 장화 속의 언 발을 따듯한 물로 녹이고 있는 주방기구 거리 상인의 모습이다. [김상선 기자] 상인들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봄과 여름에 부쩍 중고 주방기구 매물이 늘었다. 문 닫은 가게가 많았다는 얘기다. 중간 수집상들이 상인들의 눈물 어린 물건들을 실어 날랐다. 새것과 다름없는 물건도 싸게 거래됐다. 좋은 물건 놓치기 싫은 게 상인 마음이다. ‘좀 지나면 경기가 풀리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높은 분들이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물건은 점점 쌓여갔다. 창고가 가득 찼다. 그런데 사는 사람이 확 줄었다. 식당·커피숍 개업이 감소했고, 그 여파는 중고시장에까지 미쳤다. 형편이 어려워진 식당 주인들이 낡은 주방기구를 바꾸지 않고 고쳐 쓰니 새것 같은 헌것도 갈 곳을 잃었다. 더는 쌓아 둘 데도 없고, 중고 값도 계속 내려가 한숨만 나온다는 게 이곳 상인 공통의 하소연이다. 그 거리에서 4년째 장사해 온 오모씨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눴다. 약 70㎡(20평) 규모의 그의 가게 안에는 에스프레소 기계, 제빵기가 가득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거리의 상인들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하나의 요인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IMF 사태(1990년대 후반의 경제난) 때 회사에서 잘린 사람들이 식당, 치킨집 엄청 열었잖아요. 그때가 이 동네 최고 호황기였어요.” 새 경제구조는 고용 문제를 낳았다. 먹고살기 위해 너도나도 장사를 시작했다. 포화 상태, 아니 이미 그 수위를 넘은 자영업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휘청였다. 2016년 말 시행된 ‘김영란법’은 손님을 줄였다. 그리고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르고, 그 영향으로 재료비가 덩달아 뛰었다. ‘미투’ 열풍에 회식이 줄었고,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으로 저녁 장사가 더 썰렁해졌다. 상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제를 ‘엎친 데 덮친 것’ ‘우는 아이 뺨 때린 것’ ‘불난 데 기름 부은 것’ 등으로 표현했다. 사회 한편에는 망하는 사람 때문에 바빠진 이도 있다. 폐업 컨설팅 업체 ‘폐업119’의 고경수 대표가 그중 하나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폐업 때 손해를 덜 보도록 돕는 그의 일이 올해 지난해에 비해 30% 늘었다. 지난해 컨설팅 건수가 713개였는데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914건이다. 그는 컨설팅 비용을 받지 않는다. 다른 사업에서 버는 돈으로 업체를 운영한다. “5년 전 이 일을 시작했는데, 죽어가는 사자의 고기를 노리는 ‘하이에나 비즈니스’처럼 느껴져 수익을 포기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 대표는 “올해 서울 강남역 주변 등 유동인구 많은 주요 역세권에서도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 정책 결정권자가 자영업자를 자본가로 봐서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느끼는 감으로는 내년에는 더 나빠질 것 같다. 한 달에 200만원만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으면 권리금 포기하고 장사 접겠다는 사람이 줄 서 있다”고 했다. 황학동 상인들도 그랬다. 누구도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장사 대란(大亂)의 먹구름이 드리워진 2018년의 끝자락. 그들의 암울한 예상이 빗나가기를 기원하지만, 반전의 싹은 보이지 않는다.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 간다. 이상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이 간다] 아듀, 시련의 2018…그런데 아무도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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