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흐느꼈다는 일화를 담은 『탄핵 인사이드 아웃』은 논쟁적인 책이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저자 채명성 변호사는 책에서 ▶박 전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위해 대기업의 협조를 받아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지원했는데 ▶최순실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해 돈을 벌려 했고 ▶이 과정에서 최순실과 사이가 멀어진 고영태 등이 ‘게이트’를 기획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할까. 의문이다. 그런데도 글감으로 삼은 건 출간 시점의 미묘함 때문이다. ‘촛불’에서 정당성을 찾곤 하는 현 정권이 출범한 지 2년이 안 됐는데도 책이 서점가에 배포됐다. 제법 팔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저자와 통화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현 정권엔 반면교사의 대상조차 아니었다. 페허였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당시보다 나을 듯 여겨졌다. 환란(換亂)의 YS(김영삼)란 선례도 있다. 거의 한 세대 지나, 서거한 후에야 재평가됐다. 그러므로 더불어민주당의 ‘20년 집권’ 발언은 오만할지언정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니었다. 아니, 그래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진보 진영에서도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문재인 정부가 더 민주적인지 모르겠다”(박상훈)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예비타당성 면제 조치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양반’처럼 보이게 됐다. 적지 않은 이가 손혜원 의원에게서 최순실의 그림자를 떠올린다. 또 대선 댓글 논란에도 휩싸였다. 1년 8개월 전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론 과거의 경험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채로 또 경험하는 듯 느껴진다. 그러는 동안 현 정권은 자신들이 경멸해 마지않던 보수 정권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현 정권이 만들어낸 아이러니다.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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