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의 현장 속으로] 리더십의 결정적 순간들 - 링컨의 피스메이커 ![]() ‘전쟁 회의(Council of War)’- 조각상(62x48㎝) 제목이다. 링컨 대통령이 그랜트 사령관(왼쪽), 스탠턴 전쟁장관과 함께 전투 계획서를 검토하고 있다. 1868년 존 로거스 작품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격렬한 서사시다. 그 구성은 다면적이다. 링컨은 포용이다. 노예해방은 그의 성취다. 그의 내각은 탕평이다. 반대쪽 노선의 인물을 기용했다. 전쟁장관 에드윈 스탠턴은 실감나는 사례다. 통합은 권력 성공의 조건이다. 역사학자 도리스 굿윈은 그것을 『경쟁자들의 팀(Team of Rivals)』으로 표현했다. 남북전쟁이 유혈로 넘치면서 링컨은 원칙이다. 그의 심성은 겸손과 관용이다. 목표 실현은 정교하고 치열했다. 그는 마키아벨리 근성도 차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Lincoln)’은 그런 승부사적 면모를 표출한다. ![]() 북군의 최고지휘부 회동장면을 묘사한 그림 (Peacemakers, 1868년 조지 힐리 작품) 속 링컨과 그랜트, 셔먼 장군(오른쪽 부터). 그림은 백악관에도 걸려있다. [중앙포토] 링컨은 전쟁 대통령이다. 남북전쟁(1861~1865년)은 내전이다. 남·북 주 사이의 대결이다. 원인은 1860년 12월 대선의 후유증. 링컨의 공약은 노예제 폐지다. 흑인 노예는 남부 노동력의 기둥. 남부는 링컨의 대선 승리 상황을 거부했다. 그때 미국의 주(州)는 33개(현재 50개). 남쪽 11개 주가 미국 연방(Union)에서 탈퇴했다. 남부는 수도 워싱턴 아래쪽에 새 나라를 세웠다. 미국 연합(Confederate)이다. ![]() 게티즈버그의 링컨 동상과 연설 장소안내판(아래 사진). ![]() 게티즈버그의 링컨 동상(위 사진)과 연설 장소안내판. 전쟁은 4년을 끌었다. 1863년 7월 게티즈버그 전투는 죽음의 혈투였다. 양쪽 사상자는 5만여 명. 남부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방식은 정공법. 동양의 병법과 달랐다.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게 최상”이다. 싸움터는 넓은 벌판. 남군 병사들은 밀착 횡대로 전진했다. 목책에서 북군은 기다렸다. 가까이 오자 포화(砲火)가 작렬했다. 그것은 무모한 돌격, 허무한 희생 아닌가. 게티즈버그 보존위의 자문요원 다니엘 크럼(62)은 이렇게 설명한다. “장교들은 청교도적 용기, 기사도 정신에 충실했다. 매복·우회전술을 낯설어했다.” 북군이 승리했다. 그곳에 적힌 글귀는 웅변적이다. “남북전쟁을 알아야 21세기 미국인의 전쟁관을 알 수 있다.” ![]() 항복 조인식에서 악수하는 남군의 리(왼쪽)와 그랜트. 1864년 링컨은 율리시스 그랜트를 사령관으로 발탁했다. 그랜트 전술은 직진의 소모전이다. 그해 5월 그는 버지니아주의 월더니스에서 남부의 로버트 리에게 참패했다. 대량 희생(사상자 1만8000명)이었다. 그랜트의 지휘는 ‘무자비한 도살(屠殺)장으로의 초대’였다. 전쟁의 장래는 암울했다. 가정마다 공포와 분노가 퍼졌다. 전쟁 회피와 평화 여론이 확산됐다. ![]()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셔먼의 승리는 잔인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후반은 불타는 애틀랜타다.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의 표정은 절규다. 셔먼의 전략은 초토화다. 그것은 민간인을 겨냥한다. 민간인들이 전쟁에 몸서리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절망과 낭패가 전쟁을 끝나게 한다. 그것은 링컨의 종전 철학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링컨은 대통령에 재선됐다. 애퍼매톡스 종전 장소 … 역사의 절제는 위대한 드라마를 만든다 ![]() 애퍼매톡스 정신은 역사 기록의 금욕주의. 동상은 없고 조촐한 기념판 뿐이다. 앞은 박보균 대기자. 전쟁 종결 장소는 거창하다. 동상을 세우고 영웅을 기린다. 남북전쟁은 그런 기억을 깬다. 버지니아주 애퍼매톡스(Appomattox) 코트하우스-. 워싱턴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 1865년 4월 그곳에서 전쟁이 끝났다. 항복 조인식이 열렸다. 양쪽의 간판 장군들이 나왔다. 승자는 북군의 율리시스 그랜트, 패장은 남군의 로버트 리다. 그곳은 역설적 파격이다. 어떤 기념비, 동상도 없다. 추모비와 동상, 전적비로 넘치는 게티즈버그와 다르다. 입구부터 조용하다. 평범한 안내판과 국기게양대뿐이다. 전쟁 시절의 목책, 건물들이 유적지를 지킨다. 안내판 설명문이 시선을 잡는다. “이곳에서 리와 그랜트 그리고 그들의 지친 군대는 미국 역사에서 위대한 드라마를 연출했다.” 글 속에 승자의 환희, 패자의 절망이 없다. 그것은 격정(激情)을 누르는 숨 막히는 절제다. 그것은 링컨의 종전 정신이다. 화려한 웅변이나 감동적 회고보다 가슴을 찌른다. 전적지 안내자는 “같은 국민 간 내전(civil war)은 외국과의 전쟁보다 잔인하다. 교훈과 반성 등 어떤 의미의 기념비도 전쟁의 반목과 갈등을 재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은 간결하다”고 했다. 내전의 후유증은 깊다. 증오와 원한의 상흔(傷痕)은 오래간다. 그 때문에 남부에서 링컨의 기념상은 찾기 힘들다. 그곳의 풍광은 관대한 항복 조건을 상기시킨다. 남부의 체제 반역은 재앙적 희생을 낳았다. 하지만 누구도 체포돼 처벌받지 않았다. 리 장군은 고향으로 갔다. 그는 대학총장으로 제2 인생을 살았다. 애퍼매톡스의 절제는 역사의 경외감을 생산한다. 한반도 화해의 새 시대에 영감을 준다. ![]() 게티즈버그·리치먼드·애퍼매톡스 (미국)=글·사진 박보균 대기자 bgpar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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