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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스키장 가리왕산의 복원 갈등 지난해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종목들이 열렸던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 전경. 약속대로 전면 복구해야 한다는 산림청과 곤돌라 등 일부 시설을 남겨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알파인경기장 입구. 가리왕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수선했다. 입구에서 바라본 스키장 바닥에는 커다란 돌덩어리가 가득했다. 스키장인지 채석장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스키장 입구 수백m는 주민들이 쳐놓은 가시철조망으로 차단돼 있었다. 그 위로 알파인경기장 철거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수십 개가 빼곡했다. ‘곤돌라·운영도로 군민이 사수한다’ ‘가리왕산 훼손한 산림청이 유전자 보호 웬 말이냐’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주민들이 갖다 놓은 파란색 컨테이너 세 개의 몸체와 유리창에도 자극적인 구호들이 가득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째 이곳을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전자원보호구역 임시로 풀어 김진표 북평면번영회 부회장은 “원래 계곡이었지만, 스키 코스를 조성하며 35만t의 흙과 돌을 채워 넣어 이렇게 됐다”며 “높은 곳을 깎고 아래를 메웠는데 100% 완전 복원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세 계절이 흘렀지만 이 돌밭엔 나무 묘목이나 풀이 자란 흔적이 전혀 없었다. 군데군데 돌과 흙을 쌓아 놓은 곳엔 빗물이 흘러 패인 자국이 가득했다. 한때 선수와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던 스키장은 이제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불모의 땅이 됐다. 하지만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스키장이 들어서기 전까지 해발 1560m인 가리왕산 일대는 산림청이 지정한 유전자원보호구역이었다. 상봉, 중봉, 하봉 등 세 봉우리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과 거제수나무, 물박달나무 같은 희귀식물 100여 종이 가득했다. 정상 부근엔 사방의 푸른 산이 파도처럼 밀려온다고 해 벽파령(碧波嶺)이란 고개가 있다. 태백산맥의 한가운데에 있는 산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이름이다. 정선 알파인경기장 철거반대 범군민투쟁위원회가 지난 7일 경기장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다행히 올림픽은 성공했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북한과의 관계도 개선 흐름으로 반전돼 ‘평화 올림픽’이 됐다. 하지만 원상복구 기간이 한 달 이상 지났어도 가리왕산은 옛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중단된 공사 현장처럼 허물어져 가며 이도 저도 아닌 모습으로 주민과 정부 간의 힘겨루기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정선군에선 161개 단체가 모여 ‘알파인경기장 복원반대위원회’를 구성하고 전면 복원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들이 알파인스키장은 물론 정선읍 내에도 수백 개씩 내걸려 있다. 알파인경기장 입구에 철거반대 범군민투쟁위원회가 내건 현수막들이 수십 장 붙어 있다. [나현철 기자] 스키장 부지가 40여년 전 벌채장으로 쓰였기 때문에 환경적 가치가 크지 않으리라는 점도 주민들이 강조하는 점이다. 동계올림픽 효과에 대한 지역적 아쉬움도 적지 않은 듯했다. 올림픽을 치르며 평창·강릉엔 KTX가 신설됐다. 강릉역 부근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도로도 많이 났다. 하지만 ‘정선엔 길 하나, 다리 하나 새로 놓이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정선군민들이 KTX를 타려면 가까운 진부역까지 30분 남짓을 가야 한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1990년대까지 정선인구가 14만 명이었는데 지금은 3만7000명으로 급속히 줄고 고령화도 빠르다”며 “어린애부터 80대 노인까지 전 국민이 20년을 노력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는데 유일한 상징물인 알파인스키장까지 철거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올림픽 일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9일 상여를 메고 기념식장에서 집회하려다 막판에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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