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00세 나이에도 강연과 저술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 포토]
"인생에서 멀리 가기 위해선 최소한만 남기고 남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올해 100세를 맞이하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살아온 날들을 회고하며 삶의 지혜를 전했다. 13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푸르메재단의 '더미라클스' 조찬강연회에서 김 교수는 "멀리 여행을 떠나기 위해선 최소한의 짐만 챙겨 떠나야 한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멀리 나아가기 위해선 최소한만 빼고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미라클스는 장애어린이의 재활과 자립을 위해 푸르메재단에 1억원 이상 기부했거나 5년 이내 기부하기로 약정한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박점식 천지세무법인 회장을 시작으로 션·정혜영 부부, 배우 송일국, 프로골퍼 장하나 등 20명이 활동 중이다. 이날 강연에는 절반 정도가 참석했다.
다 같이 행복해야 성공
아울러 "사회가 행복해지면 그 안에 있는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사회가 불행한데 나만 혼자 행복할 수는 없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사회 지도자들이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면 나도 잘살게 된다"고 했다.
나누는 방법에 대해선 "나누는 삶이 별다른 게 아니다. 크게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주변인들이 나와 함께한 시간을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만약 기업가라면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더미라클라스 조찬강연회 참석자들. 아랫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형석 교수다. [사진 푸르메재단]
더미라클스 예비회원 황보태조(73) 씨는 "57년 전 학창 시절에도 교수님의 강연을 들은 적 있다. 당시 교수님께서 해진 옷을 입고 오셨다. 또한 본인 몸이 약하다고 하셨는데 오늘까지 정정하게 살아계셔서 또다시 강연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가난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장수 비결을 묻자 "욕심 없이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서른 살까지는 무조건 많이 배워야
태어나서 서른 살까지는 나무로 치면 뿌리와 밑동을 키우는 시기다. 김 교수는 "서른 살까지는 인생의 근간이 되는 뿌리를 만드는 시기다.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의 가능성이 결정된다. 무조건 많이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평생 어떤 인생을 살고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일을 할 때는 돈보다는 가치를 좇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 포토]
또한 "직업을 택할 때는 지나치게 장래성이나 경제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라"며 "어느 분야에서든지 남보다 앞서나가기만 하면 경제적인 문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사람들이 철학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자신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돈보다는 일의 가치가 중요하다
이 시기는 인간관계에 대한 학습도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과 만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명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아첨하는 사람을 멀리하고, 남을 헐뜯지 말고, 편 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며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형석 명예교수는 과거 ‘철학적 수필’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앙 포토]
가장 행복한 시기는 환갑부터
김 교수는 "친구들과 살면서 가장 행복한 때가 언제였느냐를 이야기한 적 있는데 60~75살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내가 만약 환갑 이후 시기를 늙었다고 포기해서 놓쳤다면 어땠을까 아찔할 때가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바로 60부터"라며 웃음 지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