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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국 곳곳에 친일파 인사가 지은 교가를 없애고 새 교가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한 방송은 전국에서 친일파 작곡 교가를 부르는 초·중·고·대학교가 모두 214곳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전남일보는 올해 1월2일부터 40여일 간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해왔다. ‘친일 잔재 교가’가 있는 학교가 17 곳이라고 했고, 이중 8곳 학교가 올 3월 입학식 때 교가를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새 교가를 만들고 있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전교조 서울 지부는 서울 시내 113개 학교 교가가 친일파의 작품이라고 발표했다. 호남 명문이요, 일제하 학생독립운동의 발상지였던 광주일고를 보자. 내년에 100년이 되는 학교다. 그런데, 이 학교 교가를 이흥렬이 작곡했다. 동요 ‘섬집 아기’를 작곡한 이흥렬이다. 그런데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친일인명사전에 이흥렬 이름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와 동창회가 교가를 바꾸기로 했고, 새 교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씨에게 맡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금 광주일고 동창회장은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다. 그는 교가를 바꾸자는 쪽이다. 이 일에 앞장서 있는 사람은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인 김순흥 광주대 교수다. 그러자 역시 광주일고 동창회장 출신으로 3선(選)을 역임한 올해 여든 된 이영일 의원이 들고 일어났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이 국민적 합의도 없이 소수 의견으로 만든 친일인명사전 등에 근거해 일부에서 교가 작곡가(이흥렬)를 친일파로 내몰아 교가를 재작곡해야 한다는 해괴한 광태(狂態)를 보이고 있다." 교가를 바꾸자는 것은 ‘해괴한 광태’, 즉 미친 짓이라는 것이다. 최근엔 안익태의 이른바 ‘친일 행적’을 다시 문제 삼으면서 애국가 사용에 대한 찬반 논쟁도 뜨겁다. 음악학자 이경분은 책 ‘잃어버린 시간 1938~1944 세계적인 음악가 안익태의 숨겨진 삶을 찾아서’를 썼다. 한신대 교수 이해영은 책 ‘안익태 케이스- 국가 상징에 대한 한 연구’를 냈다. 이경분은 그의 친일 음악을 얘기했고, 이해영은 그의 정치적 행적을 문제 삼았다. 이해영 교수는 안익태가 일제 특수공작원 에헤라 집에 기식한 적이 있다는 점, 그리고 애국가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서 새 국가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안익태는 1936년 미국으로 건너가 애국가를 작곡하기로 결심한다. 안익태의 신한민보 기고문을 보면, 애국가 작곡 동기는 지극히 "애국적"이었다. 그뒤 안익태는 독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안익태는 독일의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제자가 된다. 그런데 슈트라우스가 나치주의자였다. 그렇지만 1940년12월20일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애국가를 일제 치하 한국의 공식 국가로 승인했다. 음악칼럼니스트 노승림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전체주의가 절정에 오른 전시 체제 아래 일본의 동맹국이던 독일에서 조선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 그의 친일행적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과거가 애국가를 바꾸고 친일파의 음악을 제거하는 식으로 간단히 청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노승림 씨 글을 계속 인용한다. "한반도에서 서양음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활성화된 것이 1920년대 조선총독부의 후원으로 일본 유학을 다녀온 한국 음악가들에 의한 것임을 상기하면, 우리가 향유하는 현재 서양음악이 그 자체로 친일이라는 과거에 빚을 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프랑스도 국가 ‘라 마르세예즈’ 교체 논란이 있었다. 가사가 너무 험악하다. ‘피 묻은 전쟁의 깃발을 내려라/(…) 적들은 우리의 아내와 선량한 시민들의 목을 조르려 하네.’ 이런 가사다. 그러나 무려 220년 넘게 불러온 국가를 바꿀 수 없다 했다. 역사요 삶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는 전제 군왕을 찬양하는 가사가 많다. 그래도 부른다.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애국가를 없애고, 새 국가를 만드는 준비 작업을 구체적이고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진보 정당들이 이런저런 기념식 때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교가 교체, 애국가 없애기,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잘못하면 문화유적을 파괴한 이라크 탈레반이나 중국 홍위병처럼 된다. 섣불리 역사를 청산하면, 역사를 파괴하는 일이 된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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