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검은 현관문 밖에는 연둣빛 잔디가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해 진한 녹색이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보리수 가지도 하얗게 앙상합니다. 두어 달 뒤면 초록 잎이 무성해지고, 이어 붉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겠죠. 새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는 걸 보니 문 바로 앞이 꽤나 양지바른 곳인가 봅니다. 외출했다 온 여성이 빨간 구두를 벗어 놓고 밖을 내다보는 모양입니다. 바깥은 아직 추울 것 같지만 분명한 건 봄이 오고 있다는 겁니다. 해럴드 존스, 검은 문, 489x337㎜,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 중앙일보 정도 크기의 종이에 과슈로 그린 이 그림은 어린이책 삽화입니다. 월터 드 라 메어(1873∼1956)의 동시선집 『올해, 내년』의 뒤표지에 실렸습니다. 독서를 마친 어린 독자들이 득의한 표정으로 책장을 덮을 때 기다렸다는 듯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림과 함께 실린 글은 이렇습니다. “슬프게도 우리 책이 끝났네요. 그림도 이게 마지막이에요. 빛나는 문을 열고 나가요. 안에만 있는 건 이제 그만입니다.” 잠깐 스마트폰에서 고개를 들어 밖을 한 번 보십시오. 권근영 JTBC 스포츠문화부 차장대우 [출처: 중앙일보] [숨은그림찾기] 봄을 관찰하는 방법 |
'新聞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설] 만드는 의원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는 선거제도 개편안 (0) | 2019.03.20 |
|---|---|
| [분수대] ‘개작두’의 모욕감 (0) | 2019.03.19 |
| [전쟁과 평화] 콘스탄틴 로코솝스키 (0) | 2019.03.19 |
| [삶의 향기] ‘즈음’의 시간 (0) | 2019.03.19 |
| [서소문 포럼] 영리한 IMF, 웃는 문재인 정부 (0) | 2019.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