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경제포커스] 자동차도 原電 될라

bindol 2019. 3. 28. 04:57

전기차가 내연기관 대체하면 부품·인력 3분의 1로 줄어
컨트롤타워 없는 자동차 대책, '탈원전 정책' 꼴 날까 우려

정성진 산업2부장
정성진 산업2부장


휘발유나 경유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만개다. 이에 비해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는 부품이 가장 적으면 1만개다. 엔진과 기어가 없고 모터만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사실이지만, 여기엔 재앙의 씨앗이 숨어 있다.

전기차가 현재 자동차를 모두 대체한다고 하자. 필요 부품이 최소한 3분의 1로 줄어드니, 부품 3분의 2를 만드는 업체는 필요 없다. 고용도 감소한다. 현재 국내 자동차 관련 직접 고용 인원은 39만명이다. 현대차 같은 완성차와 중소 부품 업체만 이렇다. 전체 제조업의 약 12%다. 정비소, 주유소, 보험 등 인접 분야까지 치면, 직간접 고용 인원은 약 180만명이다. 한국 전체 근로자의 10%를 넘는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포드의 '모델T'가 출시된 1900년대 초반이 자동차 산업이 첫 번째 변곡점이라면 지금은 기술 혁신에 따른 두 번째 변곡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30년 세계 자동차 매출은 지금보다 38% 감소한다고 했다. 이러면 한국에 현존하는 일자리 수십만 개와 중소기업 수백 곳이 없어진다. 그러면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내연기관 차를 계속 생산하고 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한국 차 산업은 수출로 산다. 내수는 얼마 안 된다. 해외 고객이 전기차를 타겠다면, 만들어야 한다.

결국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것도 정교해야 한다. 실제로 선진국은 이렇게 한다. 정부 한 부처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확실히 한다. 산학 공동 기관을 만들어,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차 등의 정책을 하나하나 쌓아 나간다. 점진적 인력 조정도 병행한다. 기존 엔진 산업 보호를 위한 속도 조절도 물론 있다.

우리는 어떨까. 안타깝지만 요즘 자동차 정책 담당 부처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장관이 되면 버스, 화물차 등을 2035년까지 모두 수소차로 바꾸겠다"고 했다. 노후 경유차를 줄이는 건 환경부가 주도한다. 수소차 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한다. LPG 차의 일반 판매 허용은 여당·총리실이 주도했다. 심지어 결정부터 입법까지 딱 1주일이 걸렸다. 이산화탄소 배출, 연료 공급 불안정, 세수 감소 때문에 망설이던 지난 30여 년 세월이 무색해졌다. 심지어 경제부총리는 제대로 보고도 못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중구난방 각 부처가 자동차 정책을 이야기하다 보니, 큰 그림이 없다. 결국 산업계는 방향을 못 잡는다. 노후 경유차를 모는 운전기사들의 생계, 엔진 관련 부품 중소 기업의 운명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한 자동차 부품 회사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깨끗한 디젤 엔진을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에 집중했다. 더 황당한 건 부처마다 말하는 게 달라 이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점"이라고 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이야기 아닌가. 탈원전 정책을 천명한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무 부처가 환경부인지 산업부인지 알 수가 없다. 명목상 산업부와 한국전력이 담당하지만, 실제 원전을 가동할지 말지 결정하는 역할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다. 가동률을 줄이다가 화력발전 가동이 늘어났고 한국전력은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원전 부품 회사들은 도산하고 있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원전 생태계가 망가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방책을 말하는 부처는 없다.

지난주 한국자동차공학회는 자동차 기술 정책 개발 로드맵 발표회를 열었다. 한 대학교수는 "정부가 안 하면 우리라도 어떻게 좀 해보자는 뜻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생태계에도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7/20190327039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