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안혜리의 시선] 靑대변인 반년만에 조물주 위 건물주 된 김의겸

bindol 2019. 3. 29. 05:51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결혼 이후 30년 가까이 집 없이 전세를 살았습니다. 전세를 살면서 어머니를 모시기 쉽지 않아 넓은 아파트가 필요했습니다. (56세인) 제 나이에 또 나가서 전세를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25억 원 주고 산 집이 35억 원 가치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가 최고점(상투)이었습니다. 투자 고수의 결정, 이런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주옥같다. 부부가 평생 맞벌이를 하고도 집 한 채 없는 청렴함을 강조하면서, 지금껏 혼자 생활해온 팔순 노모를 전세 아닌 큰 평수 아파트에서 편안히 모시고픈 효심 한 스푼을 추가했다. 여기에 고단한 전세살이의 측은지심에다 다달이 수백만 원 이자를 내야 하는 10억 원 넘는 은행 대출을 포함해 전 재산을 ‘올인’한 부동산이 상투를 잡은 것이라는 데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까지 참 잘도 버무렸다.
 
기자 생활하며 30년을 무주택자로 살다가 지난해 2월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6개월도 채 안 돼 ‘조물주 위 건물주’에 등극한 김의겸 대변인 얘기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공개로 김 대변인이 지난해 7월 재개발을 코앞에 둔 서울 흑석뉴타운 9구역의 상가건물을 26억 원에 사들인 게 알려지며 투기 논란을 빚자 그는 사과나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커녕 이렇게 당당하게 주장했다. 스스로는 뭐가 그리 대견한지 모르겠으나,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값 잡겠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크고 작은 대책을 쏟아내며 대출을 옥죄던 시기에 청와대 대변인이 노른자위 뉴타운 투자로 불과 6개월 만에 10억 원 넘는 시세차익 올리는 걸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 속은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살던 집값 오른 것만으로도 세금 폭탄 투하하며 죄인 취급하는 이 정부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아무 연고도 없는 뉴타운 재개발 딱지를 사서 혼자 따뜻한 노후대책을 마련해뒀다니 하는 말이다.
 
시선 3/29

시선 3/29

당시가 어떤 때인가. 강력한 대출 규제를 꺼내 든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전이긴 하지만 이미 그해 초 신 DTI 규제로 대출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김 대변인이 계약서 도장 찍은 지 불과 일주일여 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시중은행 대출 담당 실무자들을 직접 면담하면서 사실상 가계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압박을 할 정도로 서슬이 퍼렜다. 그런데 중학교 교사였던 아내의 은퇴로 연봉 1억 원 남짓의 외벌이 월급쟁이가 된 김 대변인이 DTI 규제를 비웃듯이 국민은행 단 한 곳에서만 10억 원 넘는 대출을 받았다니 청와대 밖의 보통 사람들은 대체 김 대변인만 아는 숨겨진 비법이 무엇인지 몰라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벌써부터 대출과 관련한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이유다.  
     
불법이나 위법 사항은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그의 뉴타운 투자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그중 하나가 관사 생활이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입성과 동시에 4억8000만 원짜리 본인 전세를 빼서 곧바로 관사에 입주했다. 이 돈은 나중에 고스란히 부동산 투자에 들어갔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청와대 관사가 개인의 짭짤한 재테크 수단이 된 셈이다. 청와대는 원거리 원칙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이외의 지역 거주자에게 관사를 배정한다. 청와대는 “서울 사는 사람이라도 본인이 신청하면 업무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 배정한다”며 “김 대변인 입주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서울 사는 대변인이 관사에 입주한 전례는 없다. 문 정부 들어 박수현 전 대변인이 관사에 살긴 했지만 이는 문 대통령이 공주에서 출퇴근하는 그를 특별히 배려한 조치였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미혼 자녀 둘을 둔 서울 출신 대변인의 관사 입주가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서울 한복판 공짜 집에서 생활하며 김 대변인이 사들인 건물은 이 정부 들어 벼랑 끝으로 내몰린 냉면집 하는 자영업자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내놓은 급매물이었다.
 
김 대변인은 지난 2011년 한겨레 칼럼에 이렇게 썼다.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이 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
 
김 대변인 또래의 50대 가장들은 지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월평균 가처분소득이 가장 크게 떨어져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 더는 전세 살고 싶지 않아 6개월 만에 시세가 10억원 이상 껑충 뛴 건물주가 됐다는 자칭 초식동물 청와대 대변인 말에 얼마나 화가 날까.
 
안혜리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안혜리의 시선] 靑대변인 반년만에 조물주 위 건물주 된 김의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