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로컬 프리즘] 거제 저도의 운명

bindol 2019. 3. 29. 05:58

황선윤 부산총국장

황선윤 부산총국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저도(猪島)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대통령 별장 청해대(靑海臺)가 있어서다. 박근혜는 자신의 SNS에 ‘저도의 추억’이란 제목의 휴가지 사진을 올렸다. 이는 저도가 더 유명해진 계기가 됐다.
 
43만4100㎡의 작은 섬 저도는 돼지 형상을 닮고 동백·해송이 울창한 숲을 이뤄 경치가 뛰어나다. 9홀 규모의 골프장과 백사장 길이 200m가량의 작은 해수욕장, 선박 접안시설 등이 있다. 가을이면 일대에선 고소한 맛의 전어가 많이 잡힌다. 하지만 진해만으로 들어오는 요충지여서 192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군사기지로, 광복 후엔 국방부 해군기지로, 6·25 때는 주한 연합군 탄약고로 사용됐다.  
     
국방부 소유인 저도는 72년 대통령 별장으로 첫 지정 됐다. 73년 별장이 신축되면서 마지막 남은 4가구 주민은 보상을 받고 이주했다. 이후 수차례 지정·해제를 거듭하다 2008년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됐다. 해군 휴양지로도 사용되면서 2013년 장성 부인들이 이곳에서 야유회를 열었다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거제주민들은 2003년 이후 줄기차게 저도를 돌려달라는 반환요구를 하고 있다. 관리·소유권을 이전해주거나 최소한 민간에 개방해 국민 관광지로 개발해달라는 요구다. 최근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이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국유재산인 데다 감시장비가 있는 군사시설이어서 양여하려면 인근에 대체용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거부해왔다.
 
다행히 거제주민과 국방부 사이에 지난 1월 개방과 소유권 이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첫 회의가 열렸다. 거제에서 태어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주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약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 할 수 있다. 2차 회의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2003년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를 충북도가 사들여 개방한 선례가 있지 않나. 양측의 슬기로운 해법을 기대해본다.
 
황선윤 부산총국장

[출처: 중앙일보] [로컬 프리즘] 거제 저도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