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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출신 작가의 눈으로 본 형사재판 ‘낙지살인 사건’ 소설로 쓴 도진기 도진기 변호사는 ’내 판결에 억울한 사람도 있었을 테고...판사 하면서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현민우는 유죄임을 확신하지만 배심 판사들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맞선다. 현민우는 정의감과 법 원칙 사이에서 번민하다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그러나 항소심 무죄, 대법원도 무죄다. 그는 피해자 가족에게 “가해자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라”고 말하는데…. 소설을 쓴 이는 20년 간 판사 생활을 했던 부장판사 출신 도진기 변호사. 추리소설 작가인 그를 서울중앙지법 앞 사무실로 찾아갔다.
[캡션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대화의 주제가 소설에서 현실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도 변호사에게 다시 물었다. 왜 그런 시각의 변화가 생긴 거냐고. “법원 있을 땐 ‘1+1=2’, 즉 올바른 법 논리는 하나뿐이라고 믿었다. 또 동료 판사들을 신뢰했다. 외부 비판에도 ‘설마 그랬겠어?’ 쉴드(방패)를 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법정에 변호사로 들어가 판사들 보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70%는 훌륭한 판사다. 20%는 더 노력했으면 좋겠고, 10%는 문제가 많다. 여론의 영향도 있지만, 감정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소설에 이런 문장이 있다. ‘네 맘대로, 주관적 정의감이 가리키는 대로 판단하지 말고 법이라는 이름의 룰에 따라서만 재판하라는 것이다.’ 형사 재판에서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 원칙은 지켜지고 있는가. “반(半) 검사인 판사들도 있다. 통계적으로 기소 사건의 95%가 유죄이니까 유죄로 보면 대충 맞는다는 안이함도 있겠고…피고인을 색안경 끼고 본다. 나쁜 놈 나쁘게 처벌하는 건 근대 이전에도 해오던 거다. 5%의 억울한 사람 만들지 않기 위해서 형사소송법 절차가 있고, 판사가 있는 거다. 현민우처럼 형사소송 원칙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판사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판사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결론이 기대와 다르더라도 승복할 수 있다.”
『합리적 의심』엔 판사들 생활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을 공평하게 한 부씩 받아보는 게 판사실의 유행이고, 곰탕 국물처럼 뿌옇고 모호한 화법이 난무하고, 그렇게 10중의 1을 이야기해도 10을 알아듣고 행해야 한다.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NASA 발표가 나더라도 판결문 다 썼냐며 묵묵히 수저를 뜨고, 술자리에서도 상대방을 견제하는 듯 겉도는 주제만 주워섬기며, 소심한 인간들 박박 긁어모은 데가 법원, 이라고 소설은 묘사한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사법농단’이란 사태도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관계 맺으며’ 살아온 판사들이 서로 독립되지 못한 채 일사불란한 권력의 피라미드를 세우면서 일어난 것 아닐까. 이 사태가 빚어진 원인은 판사가 어떻게 재판해야 하고, 무슨 일은 해선 안 되는지 고민하지 않은 데도 있는 게 아닐까. “인사권자가 말하면 재판 결과에 영향 준다고 본다.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는 제1원칙을 어겨놓고 ‘결과엔 영향 없다’고 하는 건 좀…. 이건 하나 꼭 말하고 싶다. 판사처럼 비판받지 않는 직업도 드물다는 거다. ‘유전무죄’나 ‘정치적 편향’ 같은 비판은 판사가 ‘난 아닌데?’ 하면 그만이다. 판결 자체의 논리성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 나는 다행히 작가를 하면서 안 맞던 돌을 맞아봤다. ‘문장이 엉망’이란 댓글도 보고…제대로 비판받아야 성장할 수 있다.” 도 변호사의 말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언론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판결의 결론만 보고 ‘편향 판결’이다, 아니다 규정짓는 데 그쳐선 안 된다. 판결문 속에 혈관처럼 이어진 논리의 흐름을 추적하고, 사회적 의미와 맥락을 짚어내야 한다. 그러한 노력 속에서 언론의 살길이 열린다. 판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판사들이여, 스스로를 ‘합리적 의심’ 앞에 세우고 절차와 결론을 향한 내적 갈등을 멈추지 말라. 어떻게 해야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고독하게 고민하라. 법정을 주권자인 국민 앞에 투명하게 개방하라. 법정은 판사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므로. 권석천 논설위원 ※이정원 인턴기자가 인터뷰를 지원했습니다. [출처: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이 간다] 절차보다 결론? 변호사로 법정 서자 생각이 바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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