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여론&정치] 여론조사는 '與 응원군'인가

bindol 2019. 4. 5. 05:51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경남 창원 성산에서 치러진 4·3 보궐선거는 또다시 여론조사의 역(逆)기능을 점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준 선거였다. 불과 0.5%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렸지만 사전(事前) 여론조사에선 여당과 단일화를 이룬 정의당 후보가 많게는 두 배나 지지율이 높았다. 선거 일주일 전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50%)와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26%)의 차이는 무려 24%포인트였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여론조사들도 모두 여 후보가 오차범위를 뛰어넘는 9~12%포인트 차이로 여유 있게 앞섰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 본 결과는 피 말리는 초박빙 승부였다.

정치권이 선거 여론조사에 민감한 이유는 승리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지지가 쏠리는 '밴드왜건(편승) 효과' 때문이다. 불리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 선거 캠프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선거운동도 힘들어진다. 여론조사에서 열세인 후보에게는 미디어의 관심도 줄어든다. 평일에 치러지는 재·보선의 경우 지지하는 후보의 승산이 낮아 보이면 바쁜 시간을 쪼개서 투표장에 가는 것을 포기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처럼 접전 승부에선 사전 여론조사 수치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작년 6월 지방선거도 대다수 지역에서 선거 직전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 결과보다 여당에 유리했다. 예를 들어 경남지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한국당 김태호 후보에게 최대 22%포인트 우세했지만 개표 결과는 10%포인트 차이였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한국당 권영진 후보는 54%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일주일 전 지상파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28%에 불과했다. 2017년 대선 때도 비슷했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와 개표 결과를 비교하면 문재인 후보는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 등은 최종 득표율이 사전 여론조사보다 높았다.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여권(與圈) 쪽으로 기울어져 '응원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편향된 표본'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상대적으로 여권에 호의적인 성향의 유권자가 실제보다 표본에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요즘 매주 3~4건씩 쏟아지는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 조사도 정확성을 의심하고 있다. 제대로만 한다면 여론조사는 민심을 파악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제대로 한다는 게 말로는 쉽지만 실력과 노력 그리고 직업적 양심도 필요하다. 물론 비용도 더 든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서양 속담이 있다. 표본이 엉터리라면 여론조사가 여론 조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업계가 정말로 곱씹어 봐야 할 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4/20190404035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