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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뒤 첫 영화로 '뽀로로: 슈퍼 썰매 대모험'을 봤다고 한다. 진짜 재미를 느껴 봤다기보다는 '창조 경제'를 강조하는 방편이었을 것이다. 그는 "뽀로로가 110국 넘게 수출돼 매출 1조원을 올렸다니 문화 콘텐츠 산업에 큰 기대를 걸게 된다"고 했다. 대통령이 영화를 보고 평을 내놓는 건 정치적 행위다. 그만큼 앞뒤를 잴 때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골 노부부를 그린 다큐 영화 '워낭 소리'를 본 뒤 "자녀 아홉을 농사지어 키운 부모들이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자수성가형인 자신의 이미지와 들어맞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 한마디씩 남겼고 자주 울었다.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나라를 만들자"고 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대통령이 되자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였다.
▶국가보훈처가 북한 정권 핵심 인물이었던 김원봉에게 훈장을 줄 가능성을 내비치며 국민 여론도 그렇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 근거로 김원봉이 등장하는 영화 '암살'이 흥행에 성공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이 영화를 보고 "최고 독립 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고 했다. 흥행에 성공하면 그 영화 내용이 국가 정책이 되는 게 지금 우리나라다. 아무래도 '암살'도 '판도라' 꼴이 될 모양이다. ▶보훈처는 지난 2월 독립운동 인명 사전 특별판에서 김원봉을 뺐었다. 북에서 6·25전쟁 훈장까지 받은 인물이라 검토 대상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더니 지난달 말 "서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을 바꿨고 이젠 "서훈을 국민 대다수가 바라고 있다"고 한다. 6·25 남침 책임자라도 독립 유공을 인정해야 한다면, 내내 항일 운동 하다가 말년에 오점을 남긴 사람들은 왜 역사에서 파내는가. ▶요즘 "대통령이 영화 보는 게 무섭다"고들 한다. "쓰나미 영화 '해운대'를 보고 나서 해운대 백사장에 방파제 세울 분" "터널 붕괴 영화 때문에 앞으로 터널은 못 뚫겠네" 같은 반응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동성애와 매춘을 그린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 '미드나잇 카우보이'를 보고 "낯이 뜨거워 끝까지 못 봤다"고 했다. 이후 영화 검열과 대마초 단속이 강해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격변의 시대와 아버지의 희생을 그린 '국제시장'을 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라고 썼다. 쓰나미 영화, 김원봉 영화도 그렇다. 상업 영화는 제작자와 감독이 돈 벌려고 만든 허구다. 사실과 정반대도 한둘이 아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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