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논설위원 3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기아차 노조)는 전 광주 지회장 2명을 제명하기로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만난 한 노동계 인사는 이렇게 해석했다. “청와대를 제명한 셈”이라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협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일자리 정부의 노력을 한껏 과시했다. 제명된 전 지회장도 같이 있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적폐 1호’로 규정했다. 그리고 2명의 전 지회장을 제명키로 했다. 연결고리를 따라가면 청와대로 통하지 않는가.” 비슷한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노총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를 열었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입법부 담장은 시위대에 무너졌다. 취재하던 기자도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폭행당했다. 경찰에 연행된 시위대는 당일 모두 풀려났다. 그날 청와대. 경제 원로들이 문 대통령에게 고언을 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과격한 노조에 끌려다니지 말라. 특히 광주형 일자리까지 반대하는 세력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국민이 박수를 보낸다”고 건의했다. 다음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은 “국제노동기구(ILO)에 한국은 노동탄압국 그 자체”라고 말했다. 노동 3대 학회의 공동 정책토론회에서다. 3일 상황과 노동탄압, 영 매치가 되지 않는다. 그 시각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를 열어 총파업 등 투쟁을 결의했다. 사회적 대화는 물 건너갔다. 빚 독촉하다 안 되자 강제 추심에 들어간 형국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그랬다. 노 정부 초 “기업이 잭나이프를 들고 노조와 싸우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기업이 패자가 될 것”이라며 친 노동행보를 폈다. 화물연대 운송거부 등 투쟁은 거셌다.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은 노동계 대표와 만찬을 하며 “내가 변했다고요? 그렇습니다. 고백하건대 나는 변했습니다. 하루하루 국정을 챙기다 보니 변하지 않고는 안 되겠습디다”라고 했다. 이게 노동탄압국 대통령으로서의 고민일까, 경제를 걱정하는 현실 속 대통령의 고뇌일까. 현실적 고뇌가 현 정부에서도 나타나는 걸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1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며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어조도 강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임금동결까지 요구했다. 현 정부의 금기어였던 노동개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ILO 협약 비준이든, 노동개혁이든 우리 현실에 합당한 보완책을 마련해 패키지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외곬로 밀어붙이니 문제가 생기는 거다. 탄력근로제도 노동개혁의 하나다. 노사가 합의하지 않았는가. 노동개혁은 한국호(號)가 살길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탄력근로제에 반대해 100만 민주노총이 총파업 동원령을 내려도 기껏 3000여 명이 참여할 뿐이었다. 아마도 일부 노동계가 ILO로 달려갈 수 있을 게다. 그 때문에 한국이 ILO 회의 문건에 또 오르내릴 수는 있다. 그렇다고 노동탄압국으로 스스로 폄훼할 일은 아니다. ILO 총회장에서 소복을 입고 시위하다 쫓겨나고, 연설하는 노동부 장관에게 ‘liar(거짓말쟁이)’라고 고함치는 장면을 본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이제라도 티샷한 공이 OB(out of bounds)가 났는지, 깊은 러프에 빠졌는지 솔직하게 고백할 때다. OB 난 공을 페어웨이 가장자리에서 찾았다고 우긴다면 다시 라운딩할 마음이 안 생긴다. 러프에 빠졌다면 레이업 하는 게 맞다. 소득주도성장에 갇힌 노동정책 얘기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 “청와대를 제명했다”는 노동계와 노동탄압 그리고 노동개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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