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아내를 고생만 시켰어. 이번에는 내가 보답하고 있는 거야. 아내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뭐라도 해 주고 싶어.” (말기 심부전 환자의 남편) "남편이 병에 걸려서 좋은 게 한 가지 있어요. 움직일 수 없게 돼서야 겨우 저의 품으로 돌아왔어요.” (중증 폐질환 환자의 아내) 일본의 방문간호사 오시카와 마키코의 재택간호 기록인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세움과 비움)의 일부다. 남편은 아내 하츠네를 3년간 집에서 돌봤다. 하츠네는 "아무리 화를 잘 내더라도 남편이 곁에 있어 주길 바래. 그것만으로도 충분해”라고 필담으로 오시카와에게 말했다. 남편 사망 후 키요즈미는 "(남편이) 곁에 있으면 혼자가 되고 싶고, 어떨 때는 누워만 있어도 좋으니 계속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나고…”라며 그리움을 표한다. 식물인간 아내를 3년 넘게 보살핀다는 본지 독자는 아내의 고통을 보다 못해 ‘어떻게 하면 품위 있게 마무리해서 보낼까’라며 고민을 토로해왔다. 노길상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은 비운의 공직자다. 2011년 2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법정구속돼 6개월 옥고를 치르고 2심에서 무죄로 풀려났다. 그는 최근 출간한 『방장의 노래』(코람데오)라는 수기집에서 아내의 편지를 공개했다. 아내는 2013년 2월 "흰 고무신을 신고 돌아서는 당신 모습이 밟혀서… 당신과 마주 보며 체온을 느끼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아내는 편지 마지막에 항상 "사랑합니다”를 잊지 않았다. 아내의 사랑이 옥고를 잊게 했다. 황혼이혼이 증가한다지만 중년층에게 배우자만한 사람이 없다. 대소변을 받아낼 와상환자가 되면 누가 수발을 들까. 장기요양 최중증인 1등급(최중증) 환자 4만3382명(2017년) 중 배우자가 주수발자인 사람이 7374명이다. 남편 수발드는 아내가 4705명으로 더 많지만 아내의 수발을 드는 남편(2669명)도 적지 않다.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은 "아내가 다했다”고,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남편이 다했다”고 말했다. 이런 말 듣자니 정신이 혼미스럽다. 부부애를 해칠까 두렵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내 탓 남편 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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