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개혁·개방 때 민간에 줬던 권한, 최근 걷어들이는 분위기 186만 기업 중 70% 당 조직 진입… 텐센트·웨이보 등도 통제 강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산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山高皇帝遠)'는 중국의 속언이 있다. 멀리 떨어진 황제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다.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가 2000년 이상 이어진 중국에서 민간이 드러내는 일탈의 심리가 담긴 말이다. 옛 왕조 시대 중국을 이끄는 통치 시스템은 한결같았다. 강력한 '중앙'이 존재하며 '주변'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 구도는 구심력(求心力)과 원심력(遠心力)의 변치 않는 갈등이다. 중앙은 구심력으로 이질적이며 반발적인 요소를 가운데로 끌어모으려 하고, 주변은 원심력에 올라타 권력의 자장(磁場)에서 멀어져 자유와 방임을 즐기려고 한다.
중앙을 가리키는 '조정(朝廷)'과 민간의 활력을 지칭하는 '강호(江湖)'의 오랜 구도이기도 하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으로 흐름을 전환하면서 이 전통의 민간 영역인 '강호'에 권한을 부여해왔다. 그로써 알리바바와 텐센트, 샤오미 등 민간 기업이 약진하면서 중국 경제는 성공 드라마를 써왔다. ◇ 국진민퇴(國進民退)→당진민퇴(黨進民退)
지난해가 그 개혁·개방 40주년이다. 그러나 이제 민간에 권한을 부여했던 하방(下放)의 기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 밑으로 내려보냈던 권한을 대거 수렴(收斂)하는 분위기다. 국가 요소를 증대하며 민간의 그것을 줄이는 국진민퇴(國進民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추세다.
국가에 앞서는 통치의 실질적인 주체, 공산당의 권력과 통제력을 크게 강화하는 당진민퇴(黨進民退)라고 적어도 좋을 만한 뚜렷한 흐름이다. 개혁·개방 40년 동안 이어졌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1월25일 '중국공산당지부공작조례'라는 문건을 발표했다. 중국 전역의 모든 기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조례다. 조례가 내놓은 지시는 '공산당원이 3인 이상 있는 조직은 모두 공산당 지부를 설립하라'는 내용이다.
2017년 중국 공산당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186만 개의 민간기업 중 이미 70%에 당의 조직이 진입했다. 그 나머지의 민간 기업들도 공산당원이 3명 이상일 경우 당의 지부를 세우라는 얘기다. 민간기업 전체를 당의 조직으로 모두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텐센트, 웨이보, 여우쿠 등 중국 굴지의 인터넷 업체에 대한 통제도 강화 중이다. 이 업체들에 당 직영 매체 인민망(人民網) 등이 주식 1%를 매입하게 해 회사 경영에 참여케 한 뒤 중요한 의사 결정에 간여하는 방식이다. 게임과 뉴스 검색 등 대중 영향력이 큰 민간 기업을 손에 쥐려는 뜻이다.
◇2016년 기점, 국유기업이 민간 앞질러
대만 민보(民報) 도표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업 영역에서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의 희비 쌍곡선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제조업 내 매출 비중, 부가가치 증가율, 영업이익 등에서 2016년 무렵을 기점으로 국유의 상승, 민간의 하락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중국의 '공급 측 개혁' 모토 아래 생산재 제조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국유기업이 대규모 합병을 통해 영업이익을 유지하거나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소비재 영역의 민간기업은 생산재 가격 상승과 경기 부진에 따라 영업이익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니컬러스 라디(Nicholas Lardy)가 '독일의 소리(DW)'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중국 민간기업의 은행 대출은 2013년에 비해 지난해 80%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수준이면 거의 붕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언급했다. 민간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라고 하는 중국의 민간 제3 금융권인데, 이마저도 2~3년 전부터 중국 당국이 대규모로 단속하면서 여의치 못한 상태라고 소개했다. 따라서 민간의 지속적인 투자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2011~2012년 국유 부문의 투자액에 비해 2.6배에 달하던 민간 영역의 투자가 1.3배로 줄어든 뒤 최근에는 국유와 민간 부문의 역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는 민간기업의 생산 증가율이 1990년대 이후 2016년까지 국유기업의 2배에 이르렀다가 2017년 이후 역전으로 흐름이 꺾이고 말았다.
◇'시진핑 1인 권력 강화' 이상의 의미
중국이 지닌 위기의 요소는 많다. 중국 경제 자체가 하강(下降)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우선 지배적이다. 경제성장률을 과거처럼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배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부채 규모, 미국과의 무역 분쟁 등 대외 여건의 악화 등이 즐비하다.
중국은 이런 위기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그럴 때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중심'의 호소력을 강화하는 버릇이 있다. 구심력으로 원심력을 통제하며 위기에 대비하려는 통치 형태다. 최근 들어 국가의 요소를 강화해온 중국의 행보를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習近平)의 1인 권력 강화라고만 풀
수 없는 이유다.
소설 '수호전(水滸傳)'에서 강호를 유랑했던 108명의 두령은 양산박(梁山泊)에 머물렀다가 마침내 왕조의 귀순 권유를 받아들여 권력 중심으로 향한다. 그들은 왕조가 제공한 부귀와 영화에 젖었겠지만 본래의 활력은 잃었을 게다. 중국 민간기업의 운명은 어떨까. 중국 공산당이 추구하는 대변환의 흐름 속에서 가장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