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9년 12월은 기상 재변이 잇따랐다. 흰 기운이 하늘로 뻗치고,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다. 섣달인데도 봄 날씨가 이어졌다. 천관서(天官書)에 따르면 이는 병란이 일어나거나 간신이 임금을 덮어 가리는 불길한 조짐이었다. 봄 같은 겨울은 임금이 살피는 것이 분명치 않아 나라의 기강이 풀어져 느슨해진 것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서경'에 나온다. 잇단 재변에 불안해진 숙종이 신하들에게 직접 글을 내려 직언(直言)을 청했다. 이현일(李玄逸·1627~1704)이 '사직겸진소회소(辭職兼陳所懷疏)'를 올려 말했다. "아! 변괴는 그저 생기지 않고, 반드시 인사(人事)에 감응하는 것입니다. 삼가 신이 보건대, 전하께서는 지려(智慮)는 우뚝하시나 결단은 부족하신 듯하고, 영명(英明)하심은 특출하신데 식견과 도량은 조금 미치지 못하십니다. 마음에 간직하고 말로 펴시는 바가 가끔 사사로움에 치우치고 얽매이심이 있습니다." 거침없는 쓴소리로 말문을 연 뒤 그는 죄가 있으면 벌을 받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으며, 재주가 있으면 쓰는 것이 마땅한데도 밑에서 일을 고하면 '이미 알고 있다. 생각해보고 처결하겠다'고만 하면서 끝내 세월만 끌면서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으시니, '하늘이 나라를 장차 쓰러뜨리려 하니, 그렇게 답답하게 하지 말라(天之方蹶 無然泄泄)'고 한 시경 '판(板)'의 구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설설(泄泄)은 답답(沓沓)과 같은 뜻이다. 나라가 엎어질 지경인데 답답하게 고식적(姑息的)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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