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사설] 미사일인가 발사체인가…청와대, 북한 무기의 실체 밝혀라

bindol 2019. 5. 8. 06:36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발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사일’이란 단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보고 직후 격노했으나 참모들이 말리는 바람에 13시간이 지난 뒤 점잖은 톤으로 “김정은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고 트위터에 썼다.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워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4일 발사된 신형 무기의 사거리가 짧아 미국이 느끼는 위협 강도는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과 태도는 달라야 한다. 이 신형 무기가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을 직접적인 타격 대상에 올릴 수 있으며, 그것도 수도권 주민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러시아제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흡사한 사거리 70~240㎞의 이 무기는 소형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다고 한다. 동해안 원산에서 발사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3분의 2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더구나 이동발사대에서 기습 발사할 경우 사전 탐지와 경보가 어렵고, 통상의 포물선 궤도가 아니라 종말단계에서 상승한 뒤 급강하하는 편심탄도(eccentric ballistic) 비행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협적인 무기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못해 안일하다. 정복 차림의 군 지휘관이 즉시 성명을 내고 ‘준엄한 경고’를 해야 했을 사안이지만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으로 “남북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한다”고 한 게 고작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치밀한 계산에 따라 도발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점잖게 타이르고만 있는 셈이다.
 
정부는 만 이틀이 넘도록 도발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도발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단거리 미사일’이라 했다가 40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라고 정정한 뒤 지금까지 “분석 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분석이 끝나고도 한참 지났을 시점이다. 북한을 배려한다며 마냥 미적거릴 일이 아니다.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북한에 엄중 경고해야 한다. 미국이 대응을 자제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정부의 미온적인 자세는 도발 수위를 더 높여도 아무 탈이 없을 것이란 북한의 오판 가능성만 높여 줄 뿐이다.

[출처: 중앙일보] [사설] 미사일인가 발사체인가…청와대, 북한 무기의 실체 밝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