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 금융팀 차장 주식 시장은 동물의 왕국이다. 시장과 참여자를 동물에 빗대 말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곰(bear)은 약세장, 황소(bull)는 강세장을 의미한다. 수사슴(stag)은 기업 공모 시 주식을 산 뒤 가격이 오르면 바로 팔아버리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절름발이 오리란 뜻의 ‘레임덕(Lame duck)’도 주식시장에서 나왔다. 영국 증시에서 주식 투자에 실패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중개인을 이렇게 불렀다. 영국의 문호 호레이스 월폴이 1761년 호레이스 만에게 쓴 편지에 처음 등장한 뒤 널리 사용됐다. 정치용어로 미국 남북전쟁 때 처음 쓰인 레임덕은 힘 빠진 선출직 정치인의 잔여 임기에 발생하는 권력 약화 현상을 뜻한다. 힘이 약해지며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절름발이 오리에 빗댔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0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현직에 있던 제임스 뷰캐넌의 임기가 이듬해 3월까지였다. 그 기간 7개 주가 연방에서 탈퇴하며 남북전쟁이 촉발됐다. 정권 말기에나 등장하는 ‘레임덕’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대화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15일로 예고된 버스 파업과 관련해 “잠깐만 틈을 주면 (관료들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정권의 입맛 따라 움직이지 않는 직업 공무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비판하려다 “스스로 레임덕을 인정하는 꼴”(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돼버렸다. 전 정권 탓, 야당과 언론 탓도 부족해 공무원 때리기에 나서며 ‘셀프 레임덕’에 빠진 모양새다. 공무원까지 확대된 전선에 맞서다 기력을 소진해 ‘데드덕(Dead duck·심각한 권력 공백 현상이나 실패할 정책)’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하현옥 금융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셀프 레임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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