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데스크에서] "小善은 大惡과 닮았다"

bindol 2019. 5. 31. 05:23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6.4km, 시가지에서는 3.2km로 제한한다. 기수(旗手)는 낮에는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 55m 앞에서 차를 선도해야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바로 최초의 도로교통법이라는 '붉은 깃발법'이다. 1865년 영국에서 제정돼 30여 년간 시행됐는데,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명사라 부른다. 물론 취지는 좋았다. 증기기관 자동차가 등장하자 기존 마차(馬車) 사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켜주겠다고 만든 법이다. 하지만 결론은 마부들 일자리는 일자리대로 사라졌고, 산업혁명에 이어 가장 먼저 자동차 산업까지 주도하던 영국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져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사례를 알고 지난해 8월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한 은산(銀産) 분리 규제 완화를 주문하면서 붉은깃발법을 거론했다. 은산 분리는 산업 재벌의 은행 지배를 막는다는 취지로 기업이 은행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하도록 한 규제지만 인터넷 은행 출범 등에는 독소 조항이다.

최근 차량 공유 서비스인 '타다'를 둘러싼 논쟁도 본질적으로 붉은깃발법과 맥이 같다. 타다로 기존 택시 사업자의 피해가 우려되자, 타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는 목소리와, 그렇게 하면 신산업과 혁신이 불가능해진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금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미래 불안이 증폭된다는 사실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것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거대한 조류를 막겠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세계적으로 대세가 돼 버린 우버 같은 서비스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 1월 일본 대표 항공사였던 JAL이 경영난으로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구원투수로 투입된 사람이 바로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었다. 그는 '무급 CEO'를 자처해 결국 JAL을 회생시켜 '기적'을 만들었다. 당시 이나모리 회장이 경영진에게 종종 한 얘기가 있다.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았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았다." 몇 사람에게 작은 선을 베푸는 게 전체적으로 나쁜 결과가 될 수 있고, 또 사람들에게 아주 쓰라린 것을 얘기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아주 좋은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부는 '혁신적 포용 국가'를 외친다. '혁신'과 '포용'이란 모순된 단어를 엮었다. '뜨거운 얼음' 같은 말이다. 한때 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지적을 받더니 이젠 아예 양쪽 깜빡이를 다 켜놓고 양 방향으로 다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하는 듯하다. 이 정부가 말하는 혁신적 포용이 결국 소선이거나, 결정을 미루는 방책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30/20190530038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