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차를 우그러뜨렸다. 내친김에 새로 장만할까도 싶었는데. 저번에 탄 게 13년, 10년은 서운했다. 고쳐? 바꿔? 미적미적하다 딴 길로 달려버렸다. 그냥 타자. 이미 난 흠집도 다 넘겼잖아…. 좀 흉해도 잘 굴러다니는 차보다 우리말이 옴팡져 보인다.
'천수경(千手經)에 보면 구업을 씻어내는 주문이 따로 배치되어 있다.' 입말로나 듣는 줄 알았던 그릇된 표현이 신문에 올랐다. '천수경을 보면' 해야 옳지 않은가. 이 조사(助詞) '에'가 여러모로 말썽이다.
'식당 입구 수족관에 어른 손바닥만 한 주꾸미가 꿈틀댄다. 여수에서 가져온 주꾸미다.' 똑같이 동작을 나타내는 동사(꿈틀댄다/가져온)를 꾸미면서 '에' '에서'로 달리 썼다. 뭐가 맞을까. 동작이 벌어지는 곳(수족관)이나 동작이 비롯한 곳(여수)을 나타낼 때는 '에서'가 옳다. 만약 '여수에' 하면 동작이 미친 곳이 된다. 다른 곳의 주꾸미를 여수로 가져왔다는 말이다. '집에 전화를 걸었다/집에서 전화를 걸었다' '달리는 버스에 소리쳤다/달리는 버스에서 소리쳤다' 식으로 비교해보자.
반대로 '에'를 '에서'로 잘못 쓰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5G가) 장애물을 만나면 끊김 현상이 심하다는 주장이 있다.' '주장이 있다' 함은 주장하는 행위(동작)와는 거리가 있으므로 '일각에는'이 어울린다. 정 '에서'를 쓰려거든 '일각에서는 주장한다' 해야겠다.
'에/에게'가 뒤섞이는 일은 비일비재. '3연승한 맨시티는 리버풀에게 득실차에서 앞서며 1위로 올라섰다.' '에게'는 사람이나 동물
같은 유정(有情)명사에 쓴다. 리버풀은 프로축구팀, 유정물이 아니므로 '에'가 맞는다.
이보다 흔한 문제는 사람한테 '에게' 대신 '에'를 쓰는 일. '트럼프가 일왕에 비올라 선물하자…'처럼 신문 제목에 특히 많다. 세로짜기의 흔적이다. 한 자라도 줄여 간명하게 내용을 전달해야 했기에. 글자 수 제약 헐거워진 시대, 지킬 건 지켰으면 좋겠다. 어법도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