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을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중앙포토]
반도체·스마트폰·올레드TV 생산 비상
일본이 3가지 품목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이들 소재가 필수적인 한국 반도체와 스마트폰,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생산은 비상이 걸렸다. 모두 일본 업체들이 세계 수요의 70~90%가량을 공급하고 있어 마땅한 대체 공급처를 구할 수 없는 국내 업체로선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이달로 예정됐던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의 양산도 불투명해졌다. 국내 관련 업체들은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소재들만 콕 집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했다"며 "국내 반도체나 스마트폰의 장비나 소재 공급망을 잘 알고 골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소재는 투명 폴리이미드(Polyimide), 포토 리지스트(Photoresist·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HF) 등 3가지다. 그동안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 수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계약 건당 최대 90일에 걸쳐 허가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재고 활용이나 국산화로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한·일 갈등 고조로 규제가 장기화하면 타격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갤럭시폴드 100만대 양산 차질 불가피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스미토모의 폴리이미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삼성전자가 올해 100만대를 생산하겠다던 갤럭시 폴드 양산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갤럭시 폴드의 100만대분 폴리이미드 재고는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지난해 수입한 투명 폴리이미드의 93.7%가 일본산이었다.
[SK하이닉스 작년 영업익 20조원 돌파 SK하이닉스 작년 영업익 20조원 돌파 (성남=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액 40조4천451억원과 영업이익 20조8천438억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2년 연속 신기록 수립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도 15조5천4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사진은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SK하이닉스 분당캠퍼스 모습. 2019.1.24 xanadu@yna.co.kr/2019-01-24 13:15:55/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3개중 2개 품목 재고, 대략 두달 치"
일본의 스텔라 케미파와 대만 포로모사, 중국 일부 업체가 생산한다. 우리는 일본에서 액체 상태로 들여와 국내서 가스로 가공해 사용한다. 지난해 수입량의 43.9%를 일본에 의존했다. 포토리지스트는 웨이퍼에 빛을 쐬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사용하는 핵심 소재다. 일본의 스미토모, 신예츠, JSR, FFEM, TOK 등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댄다. 우리 역시 지난해 전체 수입분의 91.9%를 일본에서 들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진 두 품목의 재고는 대략 두 달 치 정도"라며 "일본에 나가 있는 구매 부서에 비상을 걸어 추가 물량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업체 매출 감소 자충수 될 수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사진 다음로드뷰]
장비·소재 국산화율 높여야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TV용 올레드 디스플레이는 LG전자가 독점하고 있고,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1위다. 하지만 올레드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 역시 일본 의존도가 높다. 안기현 한국 반도체협회 상무는 "업체는 물론 정부도 함께 반도체 장비나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장비나 소재 업체에 대한 연구개발비나 세금 감면 등을 통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력 수출 업종이 미·중 무역 분쟁에 이어 한·일 갈등으로 잇따라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장은 "이번 사태의 가장 좋은 해결책은 한·일 정부가 하루빨리 정상 궤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IT 업종은 여러 국가 업체들이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으로 엮여 있다"며 "정치 논리가 끼어드는 순간 피해는 특정 국가가 아닌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장정훈·문희철 기자 cc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