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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판문점 회동’ 때 트럼프·김정은을 1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밀착 취재했던 미국 폭스뉴스 진행자 터커 칼슨이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은 폐기종 환자처럼 가쁘게 숨을 쉬었다." 이런 보도가 나간 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정말 좋아 보였고 매우 건강해 보였다." 자, 어느 쪽이 진실일까. 둘은 자신들의 주관적 느낌을 말했을 뿐일까. 둘이 다투고 있는 중일까. 우리는 한 가지만 말할 수 있다. 트럼프는 말을 꾸며서 해야 할 사람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치켜세우고, 미·북 ‘판문점 회동’을 두고두고 팔고 다녀야 할 재선(再選) 후보자다. 폭스뉴스 진행자는 이럴 필요도 저럴 필요도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폭스뉴스는 트럼프와 가장 가까운 언론이다. 폭스뉴스는 판문점의 트럼프를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폭스뉴스 칼슨이 김정은 건강 상태를 놓고 트럼프와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이렇게 말했다. "나는 김정은의 바로 옆에 있었다. 그를 접촉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는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냈고 마치 폐기종 환자처럼 가쁘게 숨을 쉬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맞아 벅찬 감정에 호흡이 가빠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비전문가로서의 내 느낌은 그가 매우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쁘다는 것이 내 첫 번째 생각이었다." 아마도 대한민국 국정원, 미국 CIA, 일본 내각조사실에서는 이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을지 모른다. 청와대도 판문점에서 돌아와 이 문제를 거론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정은은 젊다. 신중한 분석이 필요하다. 미·북 ‘판문점 회동’, 이제 차분하게 그 본질을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다. 그건 회동이 아니라 차라리 ‘소동(騷動)’이요, ‘쇼동(show動)’에 가깝다. 김정은은 트럼프를 만나자 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으로 만날 것을 제안하신 사실을 (어제) 오후 늦게야 알게 됐다."고 했다. 미국이 협상을 다시 시작할 ‘새로운 셈법’을 갖고 왔나 해서 만남을 수락했다는 말투다. 53분 동안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펼쳐놓은 ‘새로운 셈법’은 뭐였을까. 북핵 동결? 북 핵보유국 인정? 워싱턴에서 이런 얘기가 연기처럼 피어나고 있다. 판문점 실황 중계를 자세히 되돌려 보면 트럼프는 말끝마다 "내가 대통령이 된 뒤 한반도가 좋아졌다"였다. "지난 2년 반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는 말도 자주 했다. 트럼프는 "오마바는 김정은을 만나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선(再選)용 선거 유세를 방불케 했다. 쇼 비즈니스, 리얼리티 쇼, 이런 말이 나온다. 그런 트럼프가 김정은을 "매우 건강해 보였다"고 했다. 트럼프도 의학 분야에서 비전문가이긴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에 화를 냈을 수도 있다. 폭스뉴스 진행자가 북한이 가장 불쾌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코멘트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과거 김일성·김정일 때도 ‘건강 이상설(異常說)’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건강 문제로 인한 급변 사태는 없었다.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던 첫 장면을 되돌려 보자. 미국 측 경호원이 자유의집 유리문을 열었다. 문 안쪽에 문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던 트럼프는 앞으로 걸어서 문밖으로 나오고, 문 대통령은 그대로 유리문 뒤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땅에서 이뤄지는 일인데, 우리 대통령이 유리문 뒤에 서 있었다. 마치 우리 국민이 유리문 뒤에 서 있는 상징처럼 보였다. 김정은 건강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옆방으로 밀려나 구경꾼 신세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겪어서는 안 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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