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만물상] 양치기 소년 軍

bindol 2019. 7. 15. 04:21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될 직업으로 성직자와 교육자를 꼽는다. 그들에겐 신뢰가 생명이다. 그보다 더한 직업을 꼽자면 군인이 아닐까 싶다. 군인이 거짓말을 하면 여러 생명이 위태롭다. 그러나 군대 갔다 온 남자들은 안다. 군에서 사고가 나면 있는 그대로 보고 안 되는 경우가 적잖다. 자잘한 허위 보고에 사소한 거짓말이 통용되는 군 문화가 바닥에 자리 잡고 있음이다.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이 벌어진 1996년 싸리나무 채취 작업 하던 병사가 사라졌다. 군은 탈영이라고 했다. 소지품에서 연애편지가 나왔다는 이유로 "여자 문제가 복잡했다"고 했다. 얼마 뒤 무장간첩 사살 뉴스를 보던 병사 가족이 소스라쳤다. 무장간첩이 병사의 누나가 선물한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었다. 무장간첩에게 사살된 병사 시신은 작업 지점 5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제대로 수색도 않고 탈영 보고부터 한 게 드러났다. 간첩이 안 잡혔으면 그는 영원히 탈영병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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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군에 대한 신뢰가 높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군인은 존경하는 직업군에서 늘 상위에 랭크된다. 국민이 어떤 조직보다 군을 신뢰하기에 제복 입은 군인은 공공 장소에서 최고 예우를 받는다. 우리 군은 어떨까. 한국갤럽이 2017년 '군을 얼마나 신뢰하느냐'고 물었더니 국민 43%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의료기관(58%), 교육기관(56%), 시민단체(46%)보다 낮았다. 검찰·경찰·국회보다 높은 게 위안이었다. 그러나 요즘 군 신뢰도를 조사하면 이 정도라도 나올까 싶다.

▶국방부가 '허위 자수' 조작이 있었던 해군 2함대사령부 거동 수상자는 사령부 내 병사라고 밝혔다. 음료수를 사러 자판기로 갔다가 수하(誰何)에 불응한 채 달아났고, 두려운 마음에 자수를 못 했다고 했다. 당장 야당에서 "이번 범인은 진짜 진범(眞犯)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애초 인접 초소 초병의 근무지 이탈을 열흘간 파악 못 하고 무고한 병사를 대신 내세웠냐"고도 따졌다. 문제는 군 발표를 지켜본 적지 않은 국민도 그런 의심에 공감한다는 점이다.

▶한 달 전 북한 목선 의 삼척항 귀순을 놓고도 군의 거짓말 행진이 있었다. '입항'을 '표류'로, '삼척항'을 '삼척항 인근'으로 발표했다. 사소한 거짓말도 넘쳐났다. 자연히 국민 불신이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삼척항 인근 소초 근무 병사가 휴가 나왔다가 한강에 투신해 사망하자 "군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퍼졌다. 군이 '양치기 소년'이 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4/20190714020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