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박원주 특허청장과는 두어 차례 면식이 있을 뿐 딱히 친분이 난 사이도 아니다. 그가 한 달여 전 나를 찾아와 열변을 토할 때까지 나는 특허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일반 상식 수준의 이해가 전부였다. 그런 나를 그는 두시간 가까이 교육(?)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특허야말로 한·일 경제 전쟁 승리를 위한 열쇠”요, “한국의 자생적 산업 생태계를 완성할 비책”이다. 나는 그에게 설복당해 “늦어도 한 달 안에 특허 강국 비전을 다룬 글을 꼭 써보겠다”고 덜컥 약속했는데, 게으름과 공부 부족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숙제를 한다. 특허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이 둘째,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 탑엔지니어링은 지난해 LCD 글래스컷팅 장비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2007년 ‘글래스컷팅 시스템’ 특허를 비롯, 국내외 특허 619건을 확보한 게 비결이다. 2005년 세계 시장을 독점하던 일본 히타치가 특허 침해로 공격해오자 보유한 특허로 맞받아쳐 모두 승소했다. 이후엔 거칠 것이 없었다. 2006년 411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9176억원으로 22배 급성장했다. 이런 ‘흔들리지 않는 기업’이 많아져야 ‘흔들리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특허를 많이 낸다. 국민 1인당 특허는 세계 1위다. 미국·중국·일본·유럽과 함께 ‘지식재산 5대 선진국(IP5)’ 중 하나다. 특허의 가치를 제대로 쳐주고 잘 보호만 해줘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특허 보호제도를 가진 미국의 경우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은 특허가 없는 경우보다 성공(기업 공개 또는 성공적 매각)할 확률이 35배 높다. 박원주 청장은 “정명(正名)이 시작”이라며 “용어부터 고치자”고 했다. 그는 “특허란 용어를 쓰는 나라는 일본 빼곤 남·북한밖에 없다. 지식재산(IP)이란 큰 개념을 포함해 발명권, 혁신권으로 바꾸자. 그래야 발명·혁신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달라지고 가치가 높아진다. 말을 바꿔야 태도가 바뀌고 그래야 인생이 바뀌는 것과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발명권을 제대로 보호하는 게 필수다. 지난달부터 특허 침해에 대해 손해액의 3배를 물어주는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크게 부족하다. 특허 보유 기업이 입은 손해뿐 아니라 특허를 훔친 (대)기업이 얻은 이익까지 포함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평균 9배 정도 금액이 커진다. 그래야 대기업이 “나중에 돈 물어주더라도 베끼는 게 이득”이란 생각을 못 하게 된다. 미국·독일·중국 등이 이렇게 하고 있다. 우리 산업은 압축 성장 후 길을 잃고 있다. 기본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급한 일만 쫓다 중요한 일을 놓친 꼴이다. 일본에 휘둘리는 것도 그래서다. “특허 강국=기본이 튼튼한 나라” 박원주 청장의 말을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그가 주야장천 뛰는 것이 혹 개인 영달을 위해서일지 모른다. 속내야 어떻든 그의 열정이 나라에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 공무원의 기본은 나라를 위해 열심히 뛰는 것이다. 그런 공무원을 알리고 북돋는 게 언론의 기본인 것처럼. 기본이 무너진 나라 꼴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숙제를 간신히 끝냈지만 홀가분하진 않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출처: 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 박원주가 꿈꾸는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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