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보다 1년 앞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은 일본 영화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일본판 제목은 ‘좀도둑 가족')이다. 가족 해체 시대에 가족을 소재로 만든 한국과 일본 영화가 1년 시차를 두고 칸에서 대상을 받은 사실이 공교롭다. 영화 '기생충'은 남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가족과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을 극적으로 대비했다. 반면 영화 '어느 가족'은 혈연과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모여 살게 된 비정상적인 가족을 보여주면서 가족의 의미를 진지하게 반추하게 해준다.
막노동 판에서 다리를 다쳐도 산재 처리를 못 받는 남자, 생계를 위해 유사 성매매에 뛰어든 20대 여성, 가정 폭력을 당한 아이가 함께 모여 산다. 이들은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고, 노인의 연금에 빌붙어 연명한다. 급기야 숨진 할머니를 장례비가 없어 집 마당에 암매장한다. 영화를 보면서 보호장치 없이 제도권 밖에 내던져진 이들의 행동을 법과 도덕의 잣대로 쉽게 재단하기 어려웠고 동정심마저 들게 했다.
부실 검증한 청와대, 오기 강행
많은 대학들 봐주기 가담했나
윤석열 검찰, 제대로 수사할까
사퇴든 지명 철회든 결단해야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난한 가족.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사진 네이버 영화]
비정상 가족을 그린 일본 영화 '어느 가족'. 2018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사진 티캐스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조국 패밀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자칫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기세다. 상식의 눈으로 봐도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을 정말 몰랐고 양심에 일말의 가책도 없이 '셀프 검증'을 통과했을까. 돈·권력·명예를 모두 가지려다 탈이 난 것 아닌가. 수신(修身)도 제가(齊家)도 못한 사람이 치국(治國)을 논하려 했다면 후흑(厚黑)의 극치다. 청와대 비서관실에 걸린 '춘풍추상(春風秋霜·남에겐 봄바람처럼 나에겐 추상처럼)' 액자를 몇번이나 봤을까.
청와대 여민관에는 고 신영복 선생의 '춘풍추상(春風秋霜)' 글이 걸려 있다.(사진 위) [연합뉴스]
셋째, 이런 조국이 민정수석 시절에 검증하고 대통령이 국회의 청문 보고서 채택 불발에도 임명을 강행한 16명의 고위 공직자들은 과연 멀쩡한 사람들일까. 조국의 낮은 검증 잣대가 정파적으로 편향된 부실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남발한 것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섯째, 들끓는 민심을 무시하고 대통령은 조국 임명을 끝내 강행할까. 그럴 경우 과연 '조국 카드'를 통해 무엇을 도모하려는 것일까. 단순히 검·경 수사권 조정 작업 마무리 때문은 아닐 거다. 이참에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라는 노림수가 있는 것은 아닌가. '차기 대권 주자 스펙 만들기'라는 입방아는 또 무슨 소린가.
2017년 대선 선거 유세장에서 만나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조국 서울대 교수. [뉴시스]
조 후보는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며 피하고 있는데 하루짜리 청문회로 의혹이 풀릴까.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사람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에너지를 계속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다. '작은 조국(曺國)' 지키기에 집착하다 자칫 '큰 조국(祖國)' 망칠까 걱정이다. 자진 사퇴든 임명 철회든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장세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