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기자의 시각] '문사모' 된 有주택자

bindol 2019. 9. 24. 05:44
정순우 산업1부 기자
정순우 산업1부 기자


최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 재미있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역대 대통령들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D-'로 가장 낮았다. 글쓴이는 '10억원 넘는 아파트 값이 5억~10억원씩 또 오르게 만들다니, 대단하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의 성적은 A+'라는 반박 댓글이 달렸다. 집값을 많이 올려줬으니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정권이 좋다. 마구마구 올려주길'이라는 댓글도 달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간 부동산 규제가 집중됐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르자 서울에 집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조롱 섞인 찬양'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서울 집값은 때릴수록 더 오른다'는 주장이 거의 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사실은 유주택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강남에 집을 가진 사람이나 다주택자들이 스스로를 '노사모'라 칭하는 농담이 유행했는데, 그들이 지칭하는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사랑하게 된 사람' 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었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임기 중 집값이 폭등한 덕분에 자산이 늘었으니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풍자'였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처럼 풍자 대상이 된 이유는 하나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는 외면한 채 규제만으로 특정 지역의 집값을 누르는 '반(反)시장 정책'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첫 부동산 종합 대책인 10·29 대책이 나온 이듬해 서울 아파트 값은 0.95% 떨어졌다. 하지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43% 급등했다. 이 시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반시장 정책으로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주거 정책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지,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게 아니다. 국민의 90%는 강남 집값에 관심도 없다. 굳이 강남 집값을 잡겠다면 공급을 늘리면 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거나 거래세(稅)를 낮추면 해결될 일"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 정권은 이런 정책들을 '특혜'로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를 보면 '부동산 정책은 (중략) 그 자체가 정치다'라는 말이 등장한다. 정치에 동원된 부동산 정책이 혹시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진 몰라도 대다수 국민에겐 또다시 절망을 안겨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3/20190923029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