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연 논설위원 암 치료에 어떤 약이 얼마나 잘 듣는지 궁금한 건 환자와 가족만이 아니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원자력병원이 얼마 전 병원을 거쳐간 암 환자의 생사 관련 정보를 통계청에 문의했던 모양이다. ‘살아 계신지 혹은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쉬운 길을 택한 건데, 딱지 맞았다. ‘개인정보 보호’ 때문이다. 우린 지금 개인정보 활용 땐 매번 동의를 받아야 하고, 특정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정보 사용도 불법이다. 조국 수사를 개혁 반발로 몰고 가선 4차 산업 기반이어서 선진국은 오래 전에 정비했다. 하지만 우린 프라이버시 노출에 대한 공포감이 높은 장벽을 쌓았다. 겁 먹을 만은 하다. 대규모 개인정보가 툭하면 유출되는 나라다. 인사청문회 난타전을 모두가 보고 있다. 총리는 ‘장관직을 고사하는 인사가 뜻밖에도 굉장히 많다’고 국회서 말했다. 검찰청 포토라인도 있다. 피의자 약점만 잡으면 얼마든지 개망신을 줄 수 있고, 준 게 대한민국 검찰이다. 서초동에 몰려간 시위대는 검찰의 야비한 수사 관행과 조직 이기주의에 분노를 쏟아냈다. 일리가 있다. 혐의와 무관한 자료까지 탈탈 터는 압수수색, 여기서 안 나오면 저걸 파는 별건 수사, 무차별 피의사실 공표가 다반사다. 그런데 따져볼 건 법 집행을 가장한 이런 폭력이 가능한 이유다. 권력, 정치 논리와 엮여서다. 역대 검찰총장 모두가 중립을 약속했지만 행동은 반대였다. 정권의 사냥개로 불렸다. 무소불위 힘은 그 대가다. 선진국은 안 그렇다. 전 정권, 전전 정권 사람들에게나 칼을 휘두른 우리 검찰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겨눈 적은 없다. ‘인권’은 늘 내 편에게만 있다. 특히 이 정권 출범 후 그런 신기록이 양산됐다. 두 명의 대통령과 대법원장, 여러 고위공직자가 지독한 모욕감을 호소했고, 몇 사람은 수사 받다 목숨을 끊었다. 민정 수석이던 조국 장관이 그 때 검찰의 개망신 주기를 걱정하거나 경계한 적은 없다. 그래 놓고 자신의 흠엔 검찰의 개혁 반발이란다. 이런 이중 잣대가 조국 사태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흠 많은 그가 왜 검찰 개혁의 적임자냐는 거다.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은 추진하는 리더가 성패의 관건이다. 존재 자체가 개혁의 아이콘이고, 불편부당해야 진정성과 공감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영이 안 서는 조 장관으론 이미 틀렸다. 게다가 그의 기준은 내 편, 네 편에 들이대는 잣대가 줄곧 다른 고무줄이다. 그래서 이 정부 인사가 늘 참사였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는 게 최고의 검찰 개혁이다. 그래야 전 정권이나 전전 정권에도 법을 공평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표적 수사, 먼지털이 수사로 원성을 살 까닭도 사라진다. 방법은 간단하다. 검찰총장과 검사 인사권을 실질적인 중립 기관에 넘기면 된다. 물론 역대 어느 정권도 그랬던 적은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전 정권을 두들겨 패면 적폐 청산이고 내 편을 뒤지면 개혁 반발이다. ‘조국 수사’는 시금석이다. 정말로 검찰 개혁을 하겠다면 청와대는 이래라 저래라 말고, 조 장관 옷을 벗겨야 한다. 야당 대표 문재인은 전 정권때 그렇게 요구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그런 약속이다. 지금 같은 청와대의 ‘내 편, 네 편’ 압박, 검찰 때리기론 아무 것도 못 바꾼다. 계속 사냥개로 묶어두겠다는 얘기다. 그냥 그 대로면 새 먹거리 산업을 위한 개망신법 앞날도 당연히 밝지 않다. 주말마다 검찰 개혁을 외치는 건 헛심만 쓰는 거다. 최상연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최상연의 시시각각] 개망신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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