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리 논설위원 현직 검사가 지난해 쓴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은) 사기 공화국이다.’ 책에 따르면 한해 24만 건, 2분마다 1건씩 벌어지는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매년 3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물적·심적 고통을 야기하는 사기가 이렇게 창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 남는 장사라서다. 살인이나 폭력 등 대부분의 범죄는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해 벌어지지만, 이 검사 저자는 “사기만은 다르다”고 말한다. 감정보다 계산이 앞선다. 주판알을 튕겨 위험보다 수익이 높다고 판단할 때 사기를 친다는 얘기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게리 베커(1930~2014)도 그랬다. “범죄를 통해 얻는 수익이 그로 인해 치르게 되는 비용보다 높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고. 상식 있는 사람들이야 제아무리 남는 장사라도 양심 팔아가며 타인을 기만하기가 쉽지 않지만 사기꾼은 확실히 DNA가 남다른 모양이다. 국회에서 지지층만 겨냥한 궤변 이 모두가 국민을 먹이 하나 던져주면 물어뜯기 바쁜 개·돼지 취급하는 나쁜 거짓말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의 거짓말은 따로 기록해야 할 만큼 질이 나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성만 두 분 있는 집에서 많은 남성이 11시간 동안 뒤지고 식사를 배달해 먹고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과도했다”는 그 거짓말 말이다. 이 발언 가운데 사실이라곤 ‘11시간’과 ‘식사’라는 두 단어밖에 없다. 대정부질문 4일 전인 지난달 23일 이뤄진 조 장관 자택 압수 수색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을 비롯해 친문 친위부대가 거짓말과 억지 주장으로 검찰을 비난하자 검찰은 곧바로 “추가 압수 수색 영장 발부 등으로 집행 시간이 길어졌고 조 장관 가족의 권유로 식사했다”고 공식 해명했다. 게다가 집에는 조 장관 아내와 딸만이 아니라 아들과 남성 변호인들도 있었다. 압수 수색팀에도 여성 검사와 수사관이 포함돼 있었다.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었는지 총리가 술집 뒷말하듯 사실관계 틀린 얘기를 버젓이 국회에서 한 것도 문제지만 요즘 가장 민감한 젠더 이슈를 이용해 이 정권 핵심 지지층인 20~30대 여성을 자극하고 선동하려는 노림수가 보여 불쾌하다. “나에게 한 줄의 문장만 주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던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 흉내라도 내고 싶었는지 이 한 문장으로 총리는 정당한 사법권을 행사한 검찰은 악마화하고 범죄 은폐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피고인은 피해자로 만들었다. 거짓이 들통난 뒤엔 “보도가 엇갈려 판단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겨레와 MBC 등이 다 같은 보도를 했는데 이 총리만 혼자 무슨 보도를 봤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백번 양보해 그 말이 사실이라도 총리가 국회에서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없이 그릇된 보도를 읊어 국가기관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한편으론 지난 5월 문 대통령 인터뷰 논란 당시 기자더러 묻지 말고 들으라느니 하면서 제 할 일 하는 기자에게 훈계했던 그분 답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른 한편으론 이게 다 조국 탓 같아 화가 난다. 거짓말해도 무탈하고 환호까지 받으니 다들 따라 한다. 자기들끼리는 남는 장사 했다고 좋아할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에 국민은 마음을 돌린 지 오래다. 어제(3일) 서울 광화문 광장이 그걸 보여줬다. 안혜리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안혜리의 시선] 이낙연 총리의 거짓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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