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조국 사태를 두고 열린 서로 다른 성격의 대규모 집회를 보며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갈등과 대립이 제도의 정치를 통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어 가면서 이제는 거리의 정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결코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다. 도대체 조국이 뭐라고 명절에 모처럼 만난 친척들이 그걸 두고 불화하고, 즐거워야 할 친구들 간의 모임이 말다툼 끝에 얼굴을 붉히고 헤어져야 할까. 거리 집회에서 드러난 모습 이전에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일상생활에서 이미 갈등과 분열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념과 생각의 차이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고 그러한 다원성이 우리 체제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분열과 갈등은 실제 정책이나 이념과 무관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애당초부터 피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나타난 극심한 분열은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서 촉발된 것이다. 그래서 분열의 한가운데 문 대통령이 놓여 있게 되었다. 국민 통합의 상징이 되어야 할 대통령이 특정 정파만을 챙기는 '한쪽의 대통령'처럼 여겨지면서 우리 사회는 두 쪽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문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이 말을 기억이나 할까.
사실 분열의 씨앗은 집권 세력이 정치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미 배태되어 있었다. 과거 운동 정치의 경험으로 갖게 된 도덕적 우월감 속에서 우리 편은 선, 자신들을 반대하는 자와 경쟁자들은 악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그 악은 제거되어야 했다. 적폐 청산은 이런 시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과거 시대의 누적된 잘못과 폐단을 고치겠다는 걸 누가 싫다고 할까. 그러나 폐습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나 관행의 개선이 아니라, 이전 정권 인사들이나 반대 세력에 대한 벌주기, 망신 주기로 적폐 청산 작업이 진행되면서 문 대통령이 '감히 약속'하겠다고 한 '진정한 국민 통합'은 물 건너가고 말았다. 이제 와서 되돌아보면 적폐 청산이란 명분하에 진행된 일 가운데 상당 부분은 결국 정치적 반대자, 경쟁자들에 대한 또 다른 정치 보복과 다름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적폐 청산에 열중해 온 정권이 그들이 '적폐'라고 낙인찍은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심지어 더 심한 잘못을 저지른 인사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수의 국민은 배신감과 좌절감을 갖게 된 것이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이념이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문 대통령의 공정하지 않은 인식과 균형감을 잃은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말이다. 그 말과 달리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보고 입시를 치렀는데 '우리 편'이라는 이유로 감싸고 도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오게 된 것이다. 반(反)조국 집회를 그저 정파적인 것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어떤 형태로 이 사태가 끝이 나든 간에 문재인 정부는 이번 일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찍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면 이렇게까지 크게 불거질 것도 아닌 일을 두고 진영 논리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따지면서 대통령이 고집을 부린 탓에 거의 두 달째 국정은 방황하고 있다. 여러 해 전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 여객선을 보며 '이게 나라냐'라고 비판했던 이들이 이제 나라를 이끌고 있다. 그때보다 나라는 좀 나아졌을까.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 대통령이 서 있고, 선거에 눈이 어두운 정당들은 국민을 선동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양쪽으로 갈라진 분열의 정치가 거리에서 제도의 정치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속에서
북한은 미사일을 쏴 대고 미국과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 보인다. 일본과의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청년 일자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자영업자들은 가게 문을 닫고 위태로운 지경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어디서도 희망을 찾지 못하고 활력을 잃어가면서 우리 사회는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나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