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법과 사회] 법무장관 一家의 '일도 이부 삼백'

bindol 2019. 10. 8. 05:11

5촌 조카, 수사 전 해외 도피… 사모펀드 "이번에 알았다" 부인
대통령 '백' 업고 검찰에 적반하장 개혁 주문하는 조국

최원규 사회부 차장
최원규 사회부 차장


검찰청사를 들락거리는 피의자들 사이에 불문율 같은 얘기가 있다. 걸리면 도망가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백(back)'을 쓰라는 것이다. '일도(一逃) 이부(二否) 삼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통용된다. 주로 잡범(雜犯)들이 하는 짓이다. 그런데 법 집행 최고 책임자인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一家)가 거의 두 달에 걸쳐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를 둘로 쪼갠 것도 모자라 형사(刑事) 절차적으로도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

우선 '일도'. 조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구속)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해외로 도피했다. '조국 펀드' 운용사의 실질적 대표였던 그는 해외에서 펀드 관련 업체에 전화를 걸어 "조 후보자는 돈이 어디 쓰였는지 몰라 답변할 수 없다고 (청문회에서)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대로 됐다. 그가 업체 관계자에게 "(펀드 문제가 불거지면) 다 죽는다. 조 후보자가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입막음을 요구한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조씨의 도피가 혼자만의 판단이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더 심각한 건 '이부'였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사모펀드가 뭔지 이번에 공부했다"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 이름도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조 장관 가족이 14억원을 투자한 펀드였다. 지난해 재산 신고 내역에도 코링크PE라는 이름과 투자 금액이 나와 있다. 설령 부부가 담쌓고 지냈다 해도 "이번에 알았다"는 건 거짓말일 것이다. 이런 거짓말은 너무 많아 더 쓰지 않겠다.

이들은 증거인멸까지 했다. 조 장관 아내는 자산관리인이던 증권사 직원을 시켜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했고, 사무실 PC는 통째로 들고 나왔다. 이 직원은 "자택 PC 교체하던 날 집에서 마주친 조 장관이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했다. 간 큰 피의자들도 이런 일은 쉽게 못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삼백'이다. 피의자 신분인 조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지시 등으로 연일 검찰을 압박했다. 맞는 말이라 해도 수사 대상인 장관이 자신을 수사하는 특수부를 줄이라는 얘기를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할 수 있나. 그걸 누가 공정하다고 하겠나. 그런데도 여당 대표, 국무총리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그를 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하며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이에 놀란 검찰이 '특수부 축소' '공개 소환 폐지' 방침을 내놨는데 그 첫 수혜자가 조 장관 아내였다. 더 이상의 '백'이 있을 수 있겠나.

검찰 제도가 시작된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수사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돼 있다.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검찰 중립을 입에 달고 다닌 문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 과거 대통령들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들릴 만한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수사가 한창인 와중에 이런 식으로 수사에 개입하는 건 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법무장관이라면 그런 대통령을 말렸어야 했다. 대통령이 나서면 수사 개입으로 비칠 수 있으니 자신이 직접 감당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조 장관은 그럴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대통령 품으로 숨었다.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본다.

이번 수사에선 형사 절차적으로 일어나선 안 되는 일들이 다 일어났다. 머지않아 잔꾀를 쓰다 검찰에 잡힌 잡범 중에 "법무장관도 그랬는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며 검사에게 대드는 이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런 최악의 선례를 남긴 조 장관이 어제도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런 삼류 코미디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07/20191007031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