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병원 MRI실은 24시간 가동된다. 밀려드는 촬영을 감당할 수 없다. 입원 환자들은 새벽 3시에 자다가 일어나 MRI를 찍는다. '해외 토픽' 감이다. 외래 환자들은 '○○일 오전 5시에 촬영 예약이 잡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오후 5시'를 잘못 본 거 아닌가 하며 눈을 비빈다.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MRI 건보 적용이 늘면서 벌어진 현상들이다. 70여만원 하던 게 20여만원으로 내려갔다. ▶요즘은 환자들이 아예 'MRI를 찍으러 왔다'고 의사에게 요구한다. 안 찍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입원해서 MRI를 찍으면 본인 부담 진료비도 돌려 받을 수 있으니 기왕이면 입원해서 찍는다. 'MRI도 없다'고 하면 병원 수준을 낮게 보는 데다 촬영 수입도 짭짤하니 병·의원은 MRI를 안 들여 놓을 이유가 없다. 문 케어 2년 새 136대나 늘었다. 인구 대비 세계 최다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은 극심해졌다. 진료실 앞에 앉을 자리가 모자라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의자 옆 공간을 빙 둘러 꽉 채운다. 야전병원 같다. 원내 스피커에서는 "진료가 한 시간 넘게 지연되니 양해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계속 나온다. 1분이면 끝나는 심전도 검사를 받느라 30분 이상 기다린다. 암(癌) 수술도 한두 달 밀리기 예사다. 교수 특진비 없어지고, 본인 부담 진료비 싸지고, 2인실도 보험 되니, 너도나도 대형병원을 찾는다. ▶의료보험과 관련해 대표적인 재정 파탄 사건이 1998년 삼성생명이 내놓은 '여성시대 건강보험'이다. 요실금 수술을 받게 되면 500만원을 보상한다는 특약이 붙었다.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었다. 당시 요실금 수술은 배를 열고 방광 바닥을 헤집는 방식이기에 환자는 많아도 수술 수요는 적었다. 하지만 배를 째지 않고 하는 간단한 수술법이 나오면서 '500만원 로또' 수혜자가 쏟아졌다. 결국 삼성생명은 2조원 손해를 입고 두 손을 들었다. ▶지난해 건보 재정은 8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 케어 시작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그래도 보장성 강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 과정서 의료 과잉이 일어나고, 대학병원 위주 고비용 의료가 증가하고, 쏠림으로 환자도 고달프고, 지방과 중소병원이 사라질 위기다. 누구를 위한 문 케어냐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초고령사회가 다가온다. 문 케어 과속을 멈추고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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