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가까이로 다가오는 서비스 로봇지난 15일 점심 서울 송파구 방이동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한미약품 본사 뒷골목을 따라 들어가니 주상복합건물 2층에 음식점 ‘메리고키친’이 눈에 들어왔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앱이나 로봇으로 처리하는 미래형 로봇 식당이다. 기대를 갖고 자리에 앉았지만 종업원이 오지 않는다. 그사이 맞은 편에 앉은 동행인이 휴대폰을 꺼내 “연어 덮밥 드신다고 하셨죠?” 하며 뭔가를 차근차근 누른다. 물어보니 음식점 앱으로 메뉴를 선택하고 결제까지 이미 끝마쳤단다. 그러고 보니 탁자 위엔 처음 온 사람을 위해 모바일 웹 설명과 가입 방식이 적혀 있는 메모가 있다. 우아한 형제들·롯데GRS 등 도입 음식을 주방에서 고객에게 전해주는 이른바 ‘서빙 로봇’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로봇의 서비스를 고객이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서빙 로봇은 지난해부터 일부 매장에서 시험용으로 투입되더니 올해 들어 사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최근 풀무원푸드앤컬처와 협력해 외식 브랜드 ‘찬장’과 ‘메이하오&자연은 맛있다’에서 서빙 로봇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4개의 선반을 갖춰 50㎏의 음식까지 실을 수 있다. 속초의 유명 음식점인 봉포머구리집은 지난 9월 중국산 서빙 로봇 4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생활 분야도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LG전자는 자체개발한 홈 로봇 ‘클로이’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최근엔 서울대병원에 어린이 환자를 위해 25대를 시범설치했다. 아이들이 ‘헤이 클로이’라고 부르면 국내 70여개 출판사의 900여개 콘텐트와 네이버 TV, 음악과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직접 음식 조리에 나서는 로봇도 있다. 서울 광진구와 강남 등에는 로봇이 주문과 조리를 직접 담당하는 커피 머신 도입이 늘고 있다. 대구광역시에는 ‘로봇 치킨’으로 불리는 치킨전문점 ‘디떽’이 영업 중이다. 직원이 재료를 준비해주면, 주방 선반에 고정된 로봇이 사람 팔처럼 움직이며 치킨을 튀긴다. 사람에게 직접 서비스를 하는 이런 로봇들이 늘어난 데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환경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비용, 특히 ‘인건비’를 줄여야 살아남는 외식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서빙 로봇까지 도입한 건 주 52시간의 역할이 컸다”고 털어놨다. 새벽부터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산업 특성 때문에 사람만 고용해선 주 52시간을 준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로봇협회에 따르면 국내 식품·외식 분야에 도입된 로봇은 아직 1000대가량에 불과하다. 전자전기 산업 14만여대, 자동차 산업 8만7000여대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산업 분야와 달리 외식업은 공간이 좁고 예측하지 못할 일이 많이 생겨 로봇 사용이 적절치 않다는 게 이유로 지적된다. 바퀴로 이동하기 때문에 문턱과 같은 장애물이 없어야 하는 점도 약점이다. 정직원 38명을 두고 있는 봉포머구리집의 조정일 차장은 “로봇이 직원들의 동선을 많이 줄여주긴 하지만 음식을 내려주는 기능은 없어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며 “도입 초기엔 로봇이 우산 등에 막혀 길을 잃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능형 로봇의 도입이 전 세계적 흐름이지만 이를 적용하고 있는 업체와 기술이 아직은 미미해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다. 배달 로봇, 자전거 도로 투입 검토 롯데GRS에 서빙 로봇을 납품한 미국 베어로보틱스 노은정 디렉터는 “사람만 쓰던 공간에 로봇이 들어가려면 단순히 기능이 좋아선 안 된다”며 “형태와 작동 방식 등이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레 도움을 줘야만 로봇 활용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적으론 로봇 개발이 수월한 산업환경의 구축이 절실하다. 주로 이동식 로봇 장비를 제조하는 언맨드솔루션 문희창 대표는 “로봇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 전형인 상품이지만 국내 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에 맞춰져 있어 부품 제작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런 환경 탓에 10개가 안 되는 국내 로봇 기업 대부분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만 치중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로봇도 반려견 같은 존재 돼야”
나현철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나현철 논설위원이 간다] 식당도 빌딩도 로봇이 음식 배달하고 서빙하는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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