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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북한이 발간한 '항일 빨치산들 회상기'에 "김일성이 축지법을 썼다"는 내용이 나온다. 1956년 김일성이 '종파 사건'으로 반대파를 숙청한 뒤 우상화에 시동을 걸던 시점이다. 북한 초등 교과서에 '축지법'과 '솔방울로 수류탄' '모래로 쌀' '가랑잎 타고 강 건너' 등이 실린 건 1970년 무렵이라고 한다. 후계자로 부상한 김정일이 당 선전·선동을 맡으면서 김일성을 신(神)으로 만들었다. 강물 방향도 바꾸고, 비바람도 일으키고, 아픈 사람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조화를 부린다는 것이다. ▶이 교과서로 배웠던 탈북자는 "어릴 때는 김일성이 '신 같은 분'인 줄 알았고 커서는 '신출귀몰'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진위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불경하다고 여겼다고 한다. '축지법'을 의심하는 말을 잘못 하면 수용소로 끌려갔다. 탈북자 중에는 한국에 와서도 김일성·김정일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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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은 일제강점기 때 만주에서 총이라도 잡아봤으니 신격화에 쓸 소재가 있었다. '김일성 아들' 외에 아무것도 없던 김정일은 거짓 위에 거짓을 쌓았다. 출생지부터 소련에서 백두산으로 조작했다. 축지법을 넘어 축시법(縮時法)을 쓴다고 했다. 일제강점기로 돌아가 항일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이 처음 골프장에 나가 11개 홀인원을 포함해 38언더파를 쳤다고도 했다. 그랬다가 김정일 사망 후 "가장 위대한 골퍼를 잃었다"는 외신 조롱을 받았다. ▶어제 북한 노동신문이 '축지법의 비결'이란 기사에서 "사실 사람이 땅을 주름 잡아 다닐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축지법은 허구'라고 고백한 것이다. 김정은 집권 초만 해도 "세 살 때부터 총 쐈다" "축지법으로 현지 지도"라고 했었다. 그런데 작년 하노이에서 빈손 귀국한 김정은이 돌연 "수령을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고 했다. 이제 축지법·솔방울 거짓말로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북 주민을 속일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지금 북에 보급된 휴대전화만 600만대 이상이다. ▶요즘 김여정이 지휘하는 김정은 우상화의 키워드는 '인민'이라고 한다. 김정은을 '애민 지도자'로 만들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쓴다. 핵심 지지층이 사는 평양에 아파트·종합병원·물놀이장을 짓고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주민들이 헐벗은 것에 대한 '자책'을 전하기도 한다. 축지법보다는 진화했다. 그러나 1인 신정(神政) 체제, 주민 노예화라는 북 체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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