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에서 "3차 추경을 하더라도 국가 부채 비율 증가 폭이 다른 주요국들보다 훨씬 적다"며 빚내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도 돈 버는 대책은 거의 없고 전부 세금 쓰는 대책이다. 저성장, 기업 활력 저하,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고령화로 들어올 세금은 줄어들 것이 뻔한데 세금 쓸 일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이래도 되느냐'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위기 앞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푸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실직자 같은 취약층 보호나 산업 생태계 방어처럼 꼭 필요하고 투입 대비 효과가 큰 생산적 용도에 선택적으로 지출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소모성 지출에 주력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 부채 비율이 46%를 넘으면 국가 신용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3차 추경까지 합치면 부채 비율이 40%대 중반에 이를 전망이다.
바로 이날 감사원이 '재정준칙' 도입 검토를 제안했다. 재정준칙은 국가 부채나 재정 적자 한도를 일정 수준 이내로 유지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독일은 재정 적자가 GDP의 3%를 넘을 수 없도록 헌법에 규정했다. 세계 89국이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다. 우리도 지난 2016년 정부가 국가 부채 비율을 GDP의 45% 이내, 연간 재정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민 주당도 연간 국가 부채 증가액을 GDP의 0.35% 이내로 제한하자는 '부채제한법'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탄핵 사태로 흐지부지됐었다. 정치권은 선거 승리를 위해 포퓰리즘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법으로 제동장치를 두는 수밖에 없다. 천재지변 시 예외를 두고 그 경우에도 빠른 시일 내에 재정건전성 회복을 강제한다면 여야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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