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經)'에 나오는 '청승(靑蠅)'이라는 시다. 이때 군자는 곧 임금이고 앵앵거리는 소리[營營]는 임금의 귀를 어지럽히는 소리다. 쉬파리는 말재주에 능한 간신이다. 울타리를 '알릴레오'로만 바꾸면 요즘에도 딱 들어맞는 시다.
간신이 없던 시대는 없었다. 다만 간신들이 설치느냐 숨죽이느냐는 임금 눈이 밝은지[明] 어두운지[暗]에 따라 나뉠 뿐이다. 간신에도 등급이 있으니 이 또한 크게 악랄하고 음험한 간신이 세(勢)를 얻었다면 그때의 임금이 크게 어두운 것이고, 덜 악랄하고 덜 음험한 간신이 있었다는 것은 그때의 임금이 덜 어두운 것이다. 그래서 특정 시대 간신의 패악질 수준만 살펴도 그 시대가 난세인지 치세인지 분간할 수 있다.
세종 때 편찬한 '고려사' 열전에도 '간신' 편이 있다. 그 서문에서 임금의 책임을 분명히 밝힌다. '세상에 일찍이 간신이 없었던 적이 없지만 오직 임금이 눈 밝음[明]으로 밝게 찾아내고[照] 잘 제어해[馭] 바른길로 갈 때에만 그들이 간신술을 부릴 수 없었다. 만약에 임금이 일단 그들의 술책에 빠지면 왕왕 나라는 위태로워지고 임금은 자신을 망치게 된다.'
역사 속 간신들을 찾아 나선다. 21세기 민주화됐다는 이 대명천지에 느닷없이 웬 '간신' 타령인가 하겠지만 문재인 정부 2년 만에 스멀스멀 이 나라 공직은 보수냐 진보냐보다 충신이냐 간신 이냐의 문제로 흙탕물처럼 됐기 때문이다. 간신이란 누구인가?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적인 지위와 권위를 오용·남용·악용하는 자다. 그중에서도 임금의 지위와 권력까지 자신의 사적인 욕심을 위해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한다면 큰 간신, 즉 대간(大奸)이다. 이 연재는 한시적이다. 다행히 군주가 눈 밝아져 간신들이 모두 숨죽이게 되는 순간 곧바로 마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