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직접 누구를 간신(奸臣)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점잖게 소인이라고 불렀을 뿐이다. 간신을 정의한 인물은 한나라 때 유학자 유향(劉向)이다. "첫째, 관직에 편안히 있으면서 녹봉이나 탐하고 공무에는 힘쓰지 않은 채 주변이나 관망하는 자를 구신(具臣), 즉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신하라 한다. 둘째, 군주가 하는 말은 모두 좋다고 하고 군주가 하는 일은 모두 옳다고 하면서, 군주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하고 구차스럽게 군주에게 모든 것을 맞추느라 그 후에 닥치게 될 위험은 돌아보지 않는 자를 유신(諛臣), 아첨하는 신하라 한다. 셋째, 속마음은 음흉하면서 겉으로는 조금 삼가는 척하며, 자신이 천거하려는 자에 대해서는 장점만 드러내고 악은 숨기며, 쫓아내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점만 드러내고 장점은 숨겨 군주에게 상과 벌을 부당하게 내리도록 하는 자를 간신(奸臣), 즉 간사한 신하라 한다. 넷째, 지략은 자신의 잘못을 꾸미기에 충분하고 말솜씨는 누구든 설득시키기에 충분해 안으로는 형제 사이를 이간하고 밖으로는 조정의 난을 빚어내는 자를 참신(讒臣), 즉 중상모략하는 신하라 한다. 다섯째, 권세를 제멋대로 해 일의 경중을 바꾸고 사사로이 붕당을 만들어 자기 파벌을 키우고 군주의 명령을 멋대로 속여 자신을 높이려는 자를 적신(賊臣), 자리를 도적질하는 신하라 한다. 여섯째, 간사한 말재주로 군주를 불의에 빠트리고 군주의 눈을 가려 흑백을 구별하지 못하게 하며 군주의 잘못을 나라 안에 퍼뜨려 사방 이웃 나라에까지 소문나게 하는 자는 망국지신(亡國之臣)이다."
간신이란 단어는 당나라 때부턴 이 여섯 가지 유형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 로 자리 잡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이 여섯 가지 모두가 간신인 것이다. 마치 지금 우리의 국정을 맡은 신하들을 보고서 유형화한 듯하다. 유향은 이런 간사한 신하에 대처하는 방법을 어신지술(禦臣之術)이라 불렀다. 현대 민주정에서 간신을 막아내는 방법이 필요한 사람은 우리 국민이다. 특히 선거 때 어신지술을 발휘해야 여야 없이 간신이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