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제왕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계신공구(戒愼恐懼)를 강조했다. 경계하고 매사 조심하는 마음으로 국사에 임할 때라야 백성들의 고통을 제대로 풀어줄 수 있고 백성들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송나라 유학자 진덕수는 이 문제를 대하는 점에서 충신과 간신은 갈린다고 했다. 즉 충신은 임금이 재이(災異)나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을까를 염려하는 반면 간신은 임금이 재난이나 재해가 두렵다는 것을 알게 될까를 염려한다는 것이다. 당나라 현종 때 양귀비가 총애를 받자 이번에는 이임보의 뒤를 이어 양국충이란 자가 양귀비의 친척 오빠임을 내세워 재상에 올라 국정을 농단했다. 한번은 현종이 장맛비로 농사를 망칠 것을 걱정하자 양국충은 잘 익은 곡식을 골라 현종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비록 비가 많이 내리기는 했지만 농사에 해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현종은 이미 음락(淫樂)에 젖어 있었기에 양국충의 말을 쉽게 믿어버렸다. 이는 그나마 가벼운 사례에 속한다. 남조(南詔)의 인질로 당나라에 와 있던 합라봉이란 자가 도망치자 현종은 남조를 토벌하고자 했다. 양국충이 선우중통이란 자를 장군으로 천거해 6만 군사를 주어 토벌케 했으나 전멸하고 선우중통 혼자 겨우 살아 돌아왔다. 양국충은 패전을 숨기고 자기의 전공만 꾸며서 넘어갔다. 다시 절도사 이밀이 7만 군사를 이끌고 갔지만 포로가 되고 군사는 전멸하다시피 했다. 이번에도 양국충은 패전 사실을 숨기고 오히려 승전이라고 보고했다. 이쯤 되면 양국충도 문제지만 현종은 더 문제다. 진덕수의 비판은 가차 없다. “현종은 이때 우두커니 시동(尸童)처럼 자리만 지키고 있어 마치 흙이나 나무로 만든 인형과 같았다. 그리고 간신이 임금의 눈과 귀를 가리는 데 과감함이 이와 같았다.” 이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했다는, 이름 석 자 입에 담기도 꺼려지는 어떤 사람의 행태를 보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남이 아니라 그 스스로 자신의 주군을 시동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꼭 자문(自問)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