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리(酷吏)란 한마디로 가혹한 관리라는 뜻인데, 대부분 법조문을 각박하고 악랄하게 쓰는 법 기술자를 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법을 다루는 관리는 예부터 전문성을 과시하기 위해 온갖 법률적 장치의 화려한 구사를 유능함으로 여겼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한나라 때 관리 노온서(路溫舒)는 예외적 인물이다. 그 스스로 어려서부터 율령(律令)을 익혀 옥사(獄司·형벌을 다루는 낮은 관리)가 돼 중앙 조정의 고위 관직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늘 임금의 덕을 높이고 형을 느슨하게 해야 한다[尙德緩刑]고 주장했다. 선제(宣帝)가 민간에서 성장해 황제 자리에 오르자 노온서는 글을 올려 형벌보다는 인의(仁義)를 높일 것을 역설했다.
"신이 듣건대 진(秦)나라에는 10가지 실정(失政)이 있다고 했는데 그중 하나가 아직도 남아 있으니 옥사를 다스리는 관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진나라 때는 어질고 의로운 선비를 천시하고 옥사를 다스리는 관리를 귀하게 대우했습니다. 바른말을 하는 사람을 일러 비방한다고 했고, 허물을 막으려는 사람을 일러 요망한 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충성스러운 선비들은 세상에서 쓰이지 못했기에, 찬양과 아첨만이 매일매일 귀에 가득 찰 뿐입니다."
노온서의 이 글을 읽고 있노라면 검찰총장 길들이기에 혼이 빠진 우리네 법무부 장관이 떠오른다. 그 옛날에 독학으로 법률을 익힌 노온서도 선제 즉위 초기에 감히 이런 말을 했다.
선제는 노온서의 말을 좋게 여겨 그를 승진시켜 제후국 요직을 맡겼다. 명군양신(明君良臣)의 만남이 란 이런 것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추미애 장관이 노온서에게서 배워 대통령에게 충직한 말을 했을 때 대통령이 선제와 같은 귀 밝음[聰]과 너그러움[寬]을 보여줄까? 아랫사람의 충언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임금을 옛사람들은 이비(耳痺)라고 했다. 귀에 마비가 왔다는 뜻인데, 비판을 듣지 못하는 귀를 말한다. 우리 대통령이 이비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