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유학자 진덕수는 '대학연의'에서 "간신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언로를 막아 임금을 저 위에 외로이 혼자 있게 만들어, 맹인처럼 밖을 볼 수 없게 만든 다음에야 그 뜻한 바를 마구 펼쳐냈다"고 했다. 당나라를 대표하는 간신 이임보(李林甫)의 술책이 그런 경우다. '신당서(新唐書)'에 나오는 일화다.
이임보가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권세를 장악하여 천자의 귀와 눈을 가리고 속였다. 간언 책임을 맡은 관리들은 감히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보궐(補闕·간관) 두진(杜璡)이 글을 올려 잘못된 정사를 논하자 그를 하규(下邽)의 영(令·지방 관리)으로 좌천시켰다.
그런 다음 이임보는 다른 간관(諫官)들을 협박하기를 "밝으신 천자가 위에 계시니 신하들은 그 뜻을 그냥 따르면 되는 것이지 무슨 다른 할 말이 있겠느냐. 너희는 의장대에 줄지어 선 말[仗馬]을 보지 못했느냐. 온종일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3품관의 사료를 먹는데, 한번 소리를 지르면 그놈은 쓰지 않는다. 그다음에는 설사 울지 않는다고 해도 쓰겠는가?" 이 일로 말미암아 간언을 올릴 길이 끊어졌다.
오늘날 간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언론인과 의원이다. 둘 다 말[言]이 생명이다. 언론계에도 이미 울지 못하는 장마(仗馬)들이 생겨났지만, 더 심각한 것은 명색이 민주화 세력이라는 거대 여당 의원들의 침묵이다. 대표가 이런저런 사안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앞서 '공수처 문제'와 관련해 다른 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된 금태섭 전 의원은 영락없이 소리 한번 질렀다가 '의장대'에서 쫓겨난 장마 신세다.
지난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쓴소리 4인방을 가리켜 '조금박해'라고 했다.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금태섭 외에 나머지 전·현직 의원 세 명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들은 3품관의 사료만 먹는 데 만족하지 않는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